국회 1조, 고속도로 10조… ‘세종천도론’ 비용청구서 뽑아보니

입력 2020.08.02 05:47

[주간조선]

지난 7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에서 김두관 의원(왼쪽 세 번째)이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에게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전달하고 있다. 양옆은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 우원식 의원(왼쪽), 부단장 박범계 의원(오른쪽). photo 뉴시스
지난 7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에서 김두관 의원(왼쪽 세 번째)이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에게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전달하고 있다. 양옆은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 우원식 의원(왼쪽), 부단장 박범계 의원(오른쪽). photo 뉴시스
여권에서 ‘천도(遷都)론’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져나오면서 수도 이전에 따른 막대한 재원 마련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20일 김태년 원내대표(4선)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가 모두 세종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밝힌 후, 우원식 의원(4선)을 총괄단장으로 하는 ‘행정수도완성추진단’까지 출범시켰다. 우원식 의원은 지난 7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 국회, 사법부가 남겨진 서울과 세종시는 어정쩡한 동거 상태로 있다”며 “길차관, 카톡과장 등이 서울과 세종을 오가느라 소요되는 행정 비효율을 돈으로 따지면 2조원이 훌쩍 넘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청사와 기반시설 마련에 필요한 족히 수십조원대의 재원 마련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었는지는 의문이 들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확장, 3875억원+α

‘천도론’이 공식 제기되기 전부터 세종시에서는 이미 정부 부처 추가수용을 위한 정부세종신청사 건립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서울과 과천 등에 잔류한 정부 부처를 추가로 세종에 수용하기 위해 지난 6월 착공한 세종시 어진동에 들어서는 신청사다. 오는 2022년을 목표로 지상 15층 높이로 지어지는 이 건물에는 387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천도론이 불거지면서 지난 6월 신청사 착공식에서 “중앙행정기관 이전사업의 완성”이라고 밝힌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은 허언(虛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개헌(改憲)’ ‘국민투표’ ‘특별법 제정’ 등 각종 방식을 통해 ‘수도 세종’을 못 박으면 서울과 과천에 잔류 중인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여성가족부(이상 서울), 법무부(과천)까지 세종에 내려가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특별법’은 “이상 5개 부처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못 박고 있다. 현재 세종 이전이 거론되는 부처들보다 훨씬 큰 부처들로 현재 공사 중인 정부세종청사 신청사 사업비(3875억원) 이상 가는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외교부, 국방부 등은 보안상 이유로 서울에서도 정부서울청사와 별개의 독립 청사를 사용한다. 세종시에 이들 부처를 위한 신청사를 건립하려면 한층 강화한 보안설비까지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세종으로 내려가면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위한 별도 공관까지 마련해야 할 판이다.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에게는 별도 공관이 제공되는데, 이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2011년 세종시에 국무총리 공관을 마련할 때 부지매입비 138억원을 비롯해 총사업비만 178억원이 들었다. 지난 10년간의 지가 상승과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하면 아무리 저렴하게 지어도 장관 공관 마련에는 이와 비슷한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9680억원+α

서울 여의도 국회 분원으로 추진 중인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에도 막대한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로 예정된 국회 세종의사당(분원) 건립에는 총사업비만 1166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여의도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제외하고 일부 상임위를 수용하는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건립하는 건설비만 계산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토지매입비와 청사건립비를 합친 금액은 최대 968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이 국회 세종 분원 설치를 전제로 연구용역을 수행했을 때,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에는 최소 28만1000㎡에서 55만1000㎡의 부지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 국회세종의사당추진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잠정 낙점한 입지는 현재 국무조정실 및 국무총리 세종공관에서 약 1㎞ 떨어진 ‘B부지’로, 그 넓이가 50만㎡에 달한다. 현행 여의도 국회의 부지면적(33만579㎡)보다도 약 16만㎡나 더 넓다.

만약 수도를 ‘세종’으로 못 박게 되면, 세종에는 분원 형태가 아닌 여의도에 있는 국회 본청을 통째로 이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1975년부터 사용 중인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남북통일 이후 상하 양원제 형태로 운영되는 것까지 대비해 연면적 8만1443㎡ 규모로 지어놨다.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연면적 4만5000㎡)의 두 배 규모다. 만약 수도 이전과 함께 국회 본회의장을 세종시에 다시 지으려면, 1975년(219명)보다 80명 이상 늘어난 국회의원(300명)과 보좌진 숫자 등을 고려해봤을 때 9680억원으로는 턱도 없을 전망이다.

국회가 세종으로 통째로 이전했을 때, 국회 본청 못지않은 규모의 국회 의원회관과 2012년 새로 증축한 제2의원회관(신관)은 매몰비용으로 잡히게 된다. 2012년 기존 의원회관(5만3197㎡) 리모델링과 제2의원회관(10만6732㎡) 증축에는 2212억원이 들었다.

별도 공관을 제공받는 국회의장 공관 마련에도 국무총리 세종공관(178억원) 못지않은 신축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여의도 국회 부지를 통째로 매각해 이전사업비를 충당하지 않는 이상, 국민 혈세로 건립비 충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천도론’을 불지핀 김태년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그나마 3부 중 하나인 대법원은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며 행정수도 이전 실무를 다룬 관계로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에 위촉된 김두관 의원(재선)이 재발의한 행정수도특별법은 청와대, 정부, 국회는 물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까지 세종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7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행정수도 이전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국가를 꿈꾸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염원이었고, 수도권 서민이 살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행정수도 이전 범위는 청와대를 비롯해서 국회, 대법원, 헌재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추가 이전을 위한 부지 마련과 신청사 건립비용도 각각 수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일례로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의 수원법원종합청사 준공 때 들어간 총사업비만 2635억원에 달했다. 대법원과 헌재의 위상을 고려하면 수원보다 지가가 싼 세종시에 들어선다고 해도 훨씬 더 많은 사업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KTXㆍITX 세종역 신설, 9925억원+α

인구 35만명에 불과한 세종시가 수도 면모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세종시가 정식 수도 지위를 획득했을 경우, 호남축(軸)에 치우친 세종시를 전국과 연결할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현재 세종시 경내에는 고속철 역사가 없어서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오송역을 관문역으로 빌려 쓰는 실정이다. 세종시 경내에 있는 기차역은 ITX새마을호, 무궁화호 정도가 정차하는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조치원역이 유일하다.

세종시는 오래전부터 세종시 경내를 통과하는 호남고속선에 간이 선하(線下) 역사 형태로 고속철 세종역을 신설할 계획을 세워왔다. 하지만 번번이 경제성 평가 문턱을 넘지 못해 청주에 있는 오송역을 빌려 쓰는 데 만족해야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평가 때도 비용편익(B/C)이 1을 넘지 못했다. 세종시가 밝힌 KTX 세종역 건설에 드는 건설비만 1425억원이다. 별도의 부본선(정차용 대피선) 없이 고속철을 기존 선상에 정차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추산한 가장 최소한의 비용이다.

만약 세종시가 정식 수도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기존 계획만으로는 철도 수요나 수도의 관문역으로서의 위상을 감당할 수 없어 역사 규모를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열차 승하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 2면4선 규모의 승강장을 갖춘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경북 김천에 ‘김천혁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이에 대한 교통대책으로 2010년 기존 경부고속철 선상에 2면4선 규모의 고속철 김천(구미)역을 선하역사 형태로 신설했을 때, 총사업비가 1486억원이었다. 수도 위상을 고려해 김천(구미)역과 같은 시기 준공된 오송역 규모로 지을 경우 더 많은 비용이 든다. 2010년 2면6선 규모의 오송역(현재 4면10선) 신설 때는 2200억원이 들었다.

반면 고속철 세종역 입지로 유력한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 일원의 ㎡당 공시지가는 57만2800원(마을회관 기준)으로 고속철 김천(구미)역이 들어선 김천시 남면 옥산리 820(9만3700원)의 6배에 달한다. 10년 전 김천에 고속철역을 추가했을 때 사업비가 1486억원인데, 세종시가 추산한 건설비 1425억원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터무니없이 낮춰 책정한 금액인 셈이다. 국토부 철도건설과 측은 “신설 세종역은 부본선 없이 본선에 고속열차 정차 계획으로 안전에 매우 취약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세종시는 기존 경부선 내판역(세종시 연동면)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 이어지는 10㎞의 지선(가칭 세종선)을 신설해 ITX 세종역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ITX 세종역은 기존 고속선로 아래에 선하역사로 신설하는 고속철 세종역과 달리 추가로 10㎞의 철도를 부설하고 지하역을 신설하는 안을 담고 있어 더욱 많은 사업비가 들 예정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 7월 9일 정례브리핑에서 “(ITX 세종역) 총사업비는 8500억원으로 전액 국비로 추진될 것”이라며 “개통 목표 연도는 2030년”이라고 밝혔다.


세종~서울고속도로, 9조6000억원+α

세종시가 수도로 승격되면 전국과 세종시를 연결할 고속도로망 구축도 필수적이다. 현재 세종시 관내를 통과하는 고속도로는 당진~영덕고속도로(30번)가 유일하다. 이에 현재 서울과 세종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총연장 128㎞, 왕복 4~6차선의 세종~서울고속도로(29번) 사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세종~서울고속도로 전 구간 개통에 들어가는 총사업비는 무려 9조6000억원에 달했다. 안성~구리 구간은 2022년, 세종~안성 구간은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부는 사업속도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당초 민자(民資)로 추진된 해당 구간을 2017년 7월 한국도로공사가 수행하는 재정사업으로 바꾸었다. 세종~서울고속도로와 이어져 같은 번호(29번)를 부여받은 구리~포천고속도로가 현재 민자로 운영 중인 것과 차이가 있다. 만약 세종시가 수도 지위를 획득하면, 기존에 4~6차선 규모로 설계된 세종~서울고속도로를 추가 확장하는 일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세종~서울고속도로 기존 사업비 9조6000억원 못지않은 금액이 토지보상비와 도로건설비 형태로 추가 반영될 염려마저 있다.

여기에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선정한 세종~청주고속도로에도 8013억원의 건설비가 책정돼 있다. 세종시 연서면에서 청주시 남이면을 연결하는 왕복 4차선 고속도로로, 동서로 각각 경부고속도로, 세종~서울고속도로와 연결된다. 만약 세종시가 수도로 승격되면 오는 2030년 개통 예정인 고속도로 역시 추가 확장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따른 토지보상비가 풀리면서 세종시 인근 땅값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세종시가 수도로 승격되면, 국제공항의 필요성 역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한국을 찾는 외빈들이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 서울공항(성남)으로 들어와 1시간 정도면 청와대나 정부서울청사를 찾을 수 있지만, 서울에서 세종시로 수도가 옮겨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인천공항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는 167㎞로 자동차를 타고 달려도 2시간 넘게 걸린다. 2018년 9월 인천국제공항 직통 KTX가 폐지되면서, 인천공항에서 세종시의 관문역인 청주 오송역까지 직행하는 KTX도 없다.


청주국제공항 확장, 5243억원+α

이를 위한 거의 유일한 대안은 청주공군기지를 활용해 1997년 ‘중부권 신공항’으로 개항한 청주국제공항이다. 이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충북도는 지난 3월, 세종시와 청주공항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도로계획을 최종확정하면서 “세종시의 관문공항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춧돌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만약 세종시가 정식 수도로 승격되면, 올해 수립 예정인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에 청주공항 확장계획이 반영될 가능성도 커진다.

청주공항 확장계획은 이미 지난해 수립한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중부권 거점공항인 청주공항 역할 확대’라는 문구로 반영됐다. 행정수도 및 제2항공화물 거점공항 역할을 위한 세종~청주공항 고속화도로, LCC 전용 여객터미널 신축, 공항 활주로 확대, 공항화물터미널 신축 검토 등이 세부내용이다. 코로나19 이후 청주공항에서 뜨는 국제선 항공편은 현재 단 1편도 없다. 과거 충북도는 청주공항의 기존 2744m의 활주로를 3200m로 연장하는 사업 등에 오는 2025년까지 5243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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