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이 생사 갈랐다" 부산 '초량 지하차도' 폭우사고 재구성

입력 2020.08.01 13:00

중앙로·충장로 양측 CCTV 영상 분석
25~30분 사이 터널 중간 침수된 듯
그 사이 진입한 차량들 참변 당해

부산 동구청
빗줄기가 굵어졌다. 차도 위로 얇게 쌓인 빗물이 잔물결을 냈다. 차들이 별 이상 없이 오갔다. 시간당 최고 81.6mm(오후 9~10시)가 쏟아진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 제1지하차도’ 앞의 지난 23일 밤 9시 15분쯤 장면이다. 이날 폭우로 빗물에 잠겨 작은 저수지처럼 변한 지하차도 안에 갇혀 3명이 숨진 사고가 일어난 이 지하차도 중앙로 측 진출입부에 설치된 CCTV에 찍힌 영상이다.

본지 취재와 이 지하차도 양 측 CCTV 영상 등을 종합하면 지난 23일 오후 9시20분대까지는 이 지하차도의 차량 통행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초량 제1지하차도’는 부산역 철로를 사이에 두고 평행선처럼 달리는 도심 쪽 주도로인 중앙로와 바다 쪽인 부두에 접한 충장로를 연결하는 왕복 2차선 도로다. 터널 박스 구간이 165m이고 접속도로 구간이 20~30m쯤 된다. 중앙로와 충장로의 양측 진출입구는 높고 가운데는 낮은 큰 그릇처럼 생긴 구조다. 중앙로 측이 바다 쪽인 충장로 측보다 높다.

◇초량 제1지하차도 중앙로 측 진·출입로 상황

오후 9시22분쯤 깜빡이를 켜면서 3~4대의 차량이 들어간 것을 비롯, 22~28분 사이 차량 10대 가량이 중앙로 측에서 지하차도로 진입했다.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9시24분쯤 지하차도 진출입부 앞 사거리 도로 위 빗물이 진출입부 ‘도로턱’을 타고 넘어 지하차도 쪽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9시26분쯤엔 지하차도 좌우측 보행 통로의 빗물이 폭포처럼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지난 23일 밤 소방 구조대와 경찰 등이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23일 밤 소방 구조대와 경찰 등이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부산경찰청 제공
9시15분으로부터 15분 남짓 흐른 사이 지하차도 중앙로쪽 진출입부 앞의 ‘사거리 도로’에 고인 빗물이 발목쯤까지 올라오고 하수구가 역류했다. 이곳에서 동쪽인 부산진역 방향으로 가는 도로 위엔 음식물쓰레기 통이 떠다녔다. 그러나 9시30분을 전후해 상황이 달라졌다. 9시31분쯤 부산역 쪽에서 우회전해 지하차도 쪽으로 접어든 택시 1대가 터널처럼 된 지하차도 안으로 들어가기 전 후진한 뒤 ‘U턴’해 돌아 나왔다. 지하차도로 들어가다 처음으로 되돌아 나온 차량이었다.

지하차도의 터널 구간쯤에 물이 잠겨 출렁거리는 게 보였다. 9시32분쯤 중앙로측 지하차도 진입로 부근에 있는 ‘초량 119 안전센터’ 소방관 2명이 센터서 나와 부산진역 방향 도로 쪽으로 10여m 걸어갔다가 돌아갔다. 도로의 빗물은 이들 소방관의 발목을 넘어 무릎 조금 아래까지 높이였다. 그 동안에 흰색 SUV, 회색 스타렉스 등이 지하차도 쪽으로 들어갔다가 차를 되돌려 나왔다.

9시37분쯤에도 소방관 3~4명이 또 우산을 쓰고 나와 부산진역 쪽 도로 위를 살폈다. 빗물의 높이가 소방관 무릎을 넘었다. 9시40분쯤 빗물은 지하차도 도로턱을 넘어계곡물처럼 아래로 흘러 들어갔다. 더 많은 비가 내려 지하차도 입구의 영상은 깨진 스크린처럼 사물 모습을 분간할 수 없었다.
지난 23일 오후 9시47분쯤 폭우로 침수된 터널 안 차에 갇혀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부근 초량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이 센터 인근에서 자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23일 오후 9시47분쯤 폭우로 침수된 터널 안 차에 갇혀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부근 초량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이 센터 인근에서 자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초량 제1지하차도 충장로 측 진·출입로 상황
중앙로 측의 반대편인 충장로 측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 9시20분쯤 충장로측 상·하행 2개 터널 속엔 거의 물이 없었다. 양 방향 모두 차들이 평소처럼 오갔다. 23분쯤엔 중앙로 측에서 나오는 터널 안 바닥에 물결이 보였다. 23분대에 7대, 25분대에 5대의 차량이 충장로 측으로 나왔다. 25분쯤엔 충장로서 중앙로 쪽으로 가는 터널 바닥에도 빗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26~28분대에 10대쯤이 중앙로 측에서 터널을 빠져 나왔다. 터널에서 나오는 차량의 앞 보닛 바로 아래까지 빗물이 찼다.
지난 23일 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충장로 측 진입도로. 도심 중앙로에서 부산항 부두와 인접한 충장로 쪽으로 나오는 왼쪽 터널에 빗물이 흥건히 고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충장로 측 진입도로. 도심 중앙로에서 부산항 부두와 인접한 충장로 쪽으로 나오는 왼쪽 터널에 빗물이 흥건히 고여 있다. /연합뉴스

좌우 보행통로에서 빗물이 폭포처럼 떨어졌다. 29분 40초쯤 SUV차량 1대가 중앙로 측 터널에서 나온 이후 차량 통행이 끊어졌다. 충장로에서 중앙로 쪽으로 진입하는 차량도 28분쯤부터 터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되돌아 나왔다. 30분쯤 충장로 터널 입구 중앙분리벽에 표시된 노랑, 검정색의 띠 15개 중 1개가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띠 1개는 폭이 한뼘(20cm) 가량 됐다. 40분쯤엔 이 띠 6개가 보이지 않았고 50분쯤엔 9개가 물에 잠겼다. 10~20분 사이 갑자기 터널 안 침수 빗물 수위가 1m 50cm 이상 높아진 셈이다.

지난 23일 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터널 구간 안에서 소방 구조대원들이 빗물에 빠진 차량 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23일 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터널 구간 안에서 소방 구조대원들이 빗물에 빠진 차량 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5분 사이에 생사가 갈렸다”
이 CCTV 영상으로 보면 9시25~30분 사이 터널 안 가운데 쪽 빗물이 갑자기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사이 중앙로 측에서 터널로 진입한 차량들이 중간 지점쯤 고인 빗물에 잠겨 시동이 꺼지는 등의 이유로 멈춰선 이후 9시 30~40분 사이 터널 안 침수 수위가 급격히 높아져 마치 깊은 저수지 속에 빠진 것 같은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하수구 역류 등으로 도로 위에 쌓인 빗물이 지대가 낮은 터널 안으로 계곡수처럼 쏟아져 내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날 부산에선 오후 9~10시 사이에 8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고, 9시20~30분 사이 이 지하차도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동구 수정동 수정천과 동구 범일동 동천이 범람했다.

지난 23일 밤 폭우로 침수된 터널 안 차량에 갇혀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안 피해 차량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23일 밤 폭우로 침수된 터널 안 차량에 갇혀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안 피해 차량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날 밤 지하차도에 갇혀 사고를 당한 차량은 6대였다. 이들 차량은 도심인 중앙로 쪽에서 부산항 부두와 접한 충장로로 나가는 지하차도 터널구간 165m 중 중간 쯤인 40~80m 구간에서 발견됐다. 9시46분쯤 지하차도로 진입했다가 되돌아 빠져 나온 흰색 아반떼 승용차가 부산진역 쪽으로 20m가량 가다가 도로 위에 퍼졌다. 빗물은 뒷범퍼쯤까지 높이였다. 3분쯤 뒤 119 구조대 3명이 나타나 차 안에 탄 사람들과 뭐라 얘기를 나눴다.

◇“골든타임 놓쳤다”논란
이날 9시53분쯤 소방관과 경찰이 공식 출동해 지하차도 주변을 막았다. 이날 경찰과 소방이 공식 확인한 구조 신고 접수 시각은 각각 오후 9시38분과 10시18분이었다. “이 사이 40분간 경찰·소방간 공조가 안 돼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소방 측은 “이날 부산 곳곳에서 피해 신고가 폭주, 오후 9시32분부터 걸려온 ‘지하차도 신고’를 제때 받지 못하고 10시18분에야 연결됐다”며 “그러나 비상소집된 소방대원 3명이 오후 9시47분쯤 지하차도 진입사거리의 아반떼 차량 2명을 구조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9시51분부터 함께 지하차도 주변 도로통제를 하는 등 현장대응은 신고 시각 보다 빨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9시38분 112신고를 받고 3분 뒤 현장에 도착한 당시 초량1안전센터 직원들이 부근 도로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었고 함께 도로 통제를 했다”며 “그때는 이미 지하도 안에 물이 많이 차올라 현장 인력만으로 구조가 여의치 않아 오후 9시52분에 소방 측에 구조장비 지원 요청을 하는 등 경찰·소방의 공동 대응에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방 측이 지하차도 주변 상황 파악에 나선 9시32분 이후 인근 도로 침수 차량을 구조하기까지 17분, 먼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9시41분 현장 도착 후 소방 측에 장비 지원 요청을 한 9시52분까지 10분 등의 시간 간격이 지하차도에 갇힌 차량 6대 안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31일 이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 부산시·동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30일 국립과학수사원과 함께 이 지하차도에 대한 현장 정밀 감식을 하고,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또 이날 부산시에서 사고 당일 비상근무 인력 운영·재난 대응 체계 가동·변성완 권한대행 동선 등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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