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죄인 만들기' 스탈린식 전체주의 닮았다

입력 2020.08.01 10:52 | 수정 2020.08.01 11:24

[김태훈의 이슈&북스] ‘위선자들-새로운 수탈계급과 전체주의의 민낯’

검사 간 폭력사태를 빚으며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이른바 검언유착 공모 사건 수사의 중심엔 한동훈 검사가 한 말 한 마디가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로부터 취재 계획을 듣고서 한동훈 검사장이 이 전 기자에게 한 “그런 것은 해볼 만 하다”는 말을 공모의 근거로 본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권고로 힘을 잃었다.

한 검사장은 다른 증거 없이 자신이 한 말 한마디로 시작된 검찰 수사를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전체주의 국가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내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가 한 말로 알려진 명구(名句)다. 괴벨스가 한 말인지 여부는 논란이 있지만, 전체주의 체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표현한 문장으로 자주 인용된다.

마오쩌둥(왼쪽)과 스탈린/위키피디아
마오쩌둥(왼쪽)과 스탈린/위키피디아

전체주의 국가는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써서 무고한 개인을 범죄자로 조작한다. 먼저 선전·선동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이어 국가가 장악한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과 법원을 동원해 단죄한다.

소련의 철권 통치자였던 이오시프 스탈린은 1937년부터 1938년까지 이른바 ‘대숙청’을 벌였다. 무려 160만명을 체포했고 이 중 70만명을 살해했다. 제거 대상이 정해지면 증거를 조작했다. 스탈린은 수사기관에 구체적인 고문 방식을 메모로 적어 보냈고 재판 각본도 직접 짰다. 나라를 지키는 장군들까지 온갖 누명을 씌워 살해했다. 너무 많이 죽여서 2차대전이 발발했을 때, 전투를 지휘한 지휘관이 부족할 정도였다.

중국에선 마오쩌둥(毛澤東)이 류사오치(劉少奇)를 제거할 때 대중선동을 활용했다. 마오는 1950년대 말 일으킨 대약진운동 실패로 수천만 명이 굶어 죽자 국가주석 자리를 혁명동지였던 류사오치에게 넘겼다. 이후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마오는 “자본주의를 따르는 무리를 척결하고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건설하자”며 류사오치를 ‘주자파(走資派)’, 즉 ‘자본주의를 따르는 자’라고 공격했다.

선동에 넘어간 홍위병들이 마오를 보위해 적폐를 몰아내고, 새 나라를 건설하자며 들고 일어났다. ‘마오쩌둥어록’을 들고 류사오치의 집에 난입해 그를 구타했다. 마오는 류사오치를 국가주석에서 몰아내고 공산당에서도 제명했다.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류사오치는 거의 실성한 상태로 지내다가 구타 사건 발생 이듬해인 1969년 사망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정일은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인 박남기 잘못이라고 누명 씌워 처형했다.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할 때도, 법적인 근거 없이 ‘왼새끼를 꼬고 앉았다’는 말로 사회적인 규탄 분위기를 조성한 뒤 총살했다.

옛 유고 연방 시절 2인자였던 밀로반 질라스는 전체주의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위선자들-새로운 수탈계급과 전체주의의 민낯’을 썼다. 질라스는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개인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으며,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국가는 입법부는 물론이고 검찰과 경찰, 그리고 사법부를 장악하게 된다고 단언한다.

위선자들
위선자들

‘공산주의 정권하에서도 형식적으로는 자유는 허용하고 있으나(...)그 자유는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대표하는 사회주의 제도의 이익 고수를 위하거나, 지도자들의 지배를 지지하기 위해서만 행사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실은 법률에 반(反)하는데, 이런 관행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찰 및 당의 기관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야만성과 가혹한 수단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경찰권을 사법권으로부터 분리시킨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체포 권한을 행사하는 자들은 또한 심판과 형벌 집행권까지 갖는다.(...) 행정부·입법부·수사기관·법원 및 형벌 집행기관들은 하나이고 동일하다.’(‘위선자들-새로운 수탈계급과 전체주의의 민낯’ 125쪽)

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지휘권을 전국의 고검장들에게 넘기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고검장 지휘는 검찰총장이 아닌 법무장관이 맡으라고 했다. 이는 검찰총장이 정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수사할 수 있도록 임기제를 택한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법무장관이 검사를 지휘한다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이 검사를 지휘한다는 뜻이다. 이 정권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들조차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검찰을 장악해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는 조치라며 발발하고 있다. 이 정부는 ‘민주적 통제’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지만 “뭐든 정권 맘대로 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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