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긴 배터리… LG화학 예상깨고 대박

조선일보
입력 2020.08.01 03:00

2분기 영업익 5716억원 깜짝… 기술력으로 배터리 원가 낮춰

LG화학의 자동차 배터리 사업이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투자는 많이 필요한 반면 이익률은 낮은 것으로 평가받아온 사업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은 2분기 매출액 6조9352억원, 영업이익 5716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증권가의 영업이익 전망치(4299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흑자로 돌아선 것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전기차 시대 개막에 대비해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해왔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던 배터리 사업이 효자 노릇을 한 것이다. 코로나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일본·중국 배터리 업체의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더욱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르노·아우디 등 LG화학 주요 고객사들의 전기차 판매가 늘어 코로나 사태의 타격을 피했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3분기에 흑자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을 중심으로 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가 앞선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한국 제조업의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LG화학 2분기 실적 외
/조선일보
"전기차 배터리 이익창출 기반 마련"

LG화학은 미래 가능성을 보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투자해 왔지만 이익을 내지는 못했다. LG화학은 2000년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에 착수했는데, 2005년에는 배터리 사업에서 2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LG그룹 안팎에서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2018년 4분기에 처음으로 '반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다시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LG화학에선 이번 흑자가 2018년 4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 차동석 부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구조적인 이익창출 기반을 마련한 게 큰 의미"라고 말했다.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시장이 한국 업체들에는 오히려 기회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작년 동기보다 23.9% 감소했다. 주요 시장인 중국·미국 시장이 코로나 여파로 크게 침체했다. 하지만 한국 3사 배터리의 사용량은 늘었다. LG화학은 1~5월 점유율이 24.2%로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SDI는 점유율 6.4%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4.1%로 7위를 차지했다.

배터리 삼국지, 한국 고지 선점

LG화학이 어려운 시장에서 오히려 성장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만70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LG화학이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중국 CATL과 1~2년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유일한 화학 기반 회사인 LG화학은 배터리 원재료 중 30%의 비율을 차지하는 양극재를 직접 만들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최근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폴란드 공장이 자동화 투자 등으로 수율(생산제품 가운데 양품의 비율)이 크게 올라간 것도 흑자 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에선 지난해 220만대 판매된 전기차 시장이 2025년이면 1200만대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올해 38조원 규모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2025년 180조원으로 커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2025년 약 170조원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큰 규모가 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중국·일본 정도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패권을 놓고 한·중·일 3국이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조금씩 앞서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나소닉은 전기차 최강자인 테슬라에 물량을 대량 공급하고 있고, 중국 업체도 빠른 속도로 우리를 쫓아오고 있기 때문에 잠시라도 방심했다가는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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