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막이 다시 오르자, 왕의 쇼가 시작됐다

조선일보
입력 2020.08.01 05:00

레이커스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 클리퍼스전에서 종횡무진 활약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4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NBA(미 프로농구)를 앞두고, LA 레이커스의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36·미국)는 세상에 하나뿐인 손가락 보호대를 준비했다. 거기엔 지난 1월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진 코비 브라이언트의 등번호 '24'가 새겨져 있었다. 평소 브라이언트에게 농구 조언을 구할 정도로 친분이 깊었던 제임스는 "마라톤은 계속된다. 오늘 밤 그리고 영원히"라며 각오를 다졌다.

제임스는 NBA가 시즌을 재개한 31일 LA 클리퍼스와의 경기에서 왼손 중지에 이 보호대를 착용했다. 그리고 브라이언트를 떠올리며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그리고 승부처인 마지막 4쿼터에 자신에게 왜 '킹(king·왕)'이란 칭호가 붙여졌는지 보여줬다.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31일 플로리다주에서 재개된 2019-2020시즌 NBA(미 프로농구) 경기에서 LA 클리퍼스를 상대로 덩크슛을 터뜨리는 모습.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31일 플로리다주에서 재개된 2019-2020시즌 NBA(미 프로농구) 경기에서 LA 클리퍼스를 상대로 덩크슛을 터뜨리는 모습. 제임스가 이끈 레이커스는 클리퍼스를 꺾고 우승 후보의 위용을 과시했다. /USA투데이 연합뉴스
101―101로 팽팽히 맞선 4쿼터 종료 12.8초 전, 제임스는 상대 수비 3명을 앞에 두고 점프슛을 날렸고, 공이 림에 맞고 튕겨 나오자 곧바로 리바운드를 걷어낸 뒤 골밑 슛으로 연결했다. 제임스는 이어 외곽슛을 노리던 폴 조지(30)를 밀착 마크하며 득점을 저지해 103대101 승리를 이끌었다. 제임스는 경기 후 자기 인스타그램에 "여러분 인생의 목표는? 난 당신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서부 콘퍼런스 1위 LA 레이커스(50승14패)는 제임스(16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 1스틸)와 앤서니 데이비스(34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앞세워 2위 LA 클리퍼스(44승21패)를 눌렀다. LA 클리퍼스는 리그 최강 듀오로 불리는 카와이 레너드(28점)와 폴 조지(30점)가 분전했다.

유타 재즈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리그 재개 첫 경기에서 106대104로 이겼다. 유타는 서부 콘퍼런스 4위(42승23패)를 지켰고, 뉴올리언스는 11위(28승37패)로 떨어졌다. 승부는 NBA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프랑스 출신 루디 고베어(28)가 결정지었다. 당시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된 줄 몰랐던 그는 취재진이 설치한 마이크와 녹음기들을 일일이 쓰다듬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판을 받았던 선수다. 고베어는 104―104이던 4쿼터 종료 6.9초를 남기고 덩크를 시도하다 파울을 당했다. 고베어(14점 12리바운드)는 침착하게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해 106대104를 만들었다. 펠리컨스의 마지막 공격이 실패하면서 재즈는 4개월여 만에 승리했다. 고베어는 "그동안 나도, 세상도 참 많은 일을 겪었다. 내가 사랑하는 농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돼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든 선수와 코치진, 심판들은 국민의례 때 코트 위에 새겨진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문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모두 같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고, 서로 팔짱을 꼈다. NBA는 1980년대부터 선수들이 선 채로 국민의례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고수했으나,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는 앞서 29일 "사회적 정의를 위해 평화 시위에 나선 구단들의 연대 행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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