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8.01 03:00

임대차법 시행 첫날… 本紙, 서울 2000가구 이상 아파트 전수조사

서울 아파트 시장에 전세가 사라졌다. 전·월세 세입자 거주를 4년간 보장하고,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전격 시행된 31일 서울 부동산 시장은 전세 품귀와 전셋값 급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임대차보호법 개정 전 예상됐던 '매물 잠김' 현상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본지가 31일 서울 시내 2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88곳을 대상으로 전세 매물을 전수 조사한 결과, 중개업소에 나온 전셋집은 454가구에 불과했다. 전체 26만5842가구의 0.17% 수준이다. 전세 수요자가 선호하는 대단지로 조사 대상을 한정했고, 매물 수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것이 아닌, 개별 단지마다 복수의 공인중개사와 직접 통화해서 확인했다.

임대차법 첫날, 서울 2000가구 대단지 아파트 전세 상황
/그래픽=김현국
서울 송파구는 11개 단지 5만2117가구에서 확인된 전세 매물이 45건이었다. 6864가구 규모의 '잠실파크리오'에는 전세 매물이 단 1건으로 확인됐다. 단지 내 N중개업소 관계자는 "2008년 입주 이후 아무리 전세시장이 불안해도 매물이 30건은 있었는데, 최근 들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잠실동의 5000가구 넘는 한 아파트도 전세 매물이 1건뿐이었다. 이 단지는 지난해 총 966건의 전·월세 계약이 신고될 정도로 거래가 활발한 곳이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현모(63)씨는 "18년째 영업하면서 이렇게 전세 물건이 없는 적은 처음"이라며 "대부분 자녀 교육 때문에 4~6년씩 전세살이하는 사람들인데, 임대차법 개정으로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하니 세입자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결혼을 앞두고 작은 평수의 전셋집을 찾는 예비 신혼부부의 문의가 많은데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어쩌다 나오는 전셋집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은평구 녹번동 'e편한세상캐슬' 단지 내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 아침에 25평형 전세가 5억3000만원에 계약됐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전세 최고 실거래가는 4억4000만원이었다. 마포구에선 사상 처음으로 전용 84㎡ 기준 10억원짜리 전세가 등장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입자를 보호하는 취지로 법을 바꿨는데, 매물은 씨가 마르고 가격만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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