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몰입과 느긋 사이

조선일보
입력 2020.08.01 05:00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몰입'(RHK)이 630쪽 두꺼운 몸집으로 새로 나왔습니다. '100쇄 기념 합본 에디션'이라네요.

인간은 몰입 상태일 때 최대 능력을 발휘한답니다. "자신을 초긴장 상태로 만들어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잠재된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이라고 황 교수는 설명합니다. 뉴턴에게 중력의 법칙을 어떻게 발견했느냐 물었더니 "한 가지만, 그것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고 대답했다네요. 세상을 바꾼 천재들이나 위대한 기업가들은 '몰입'의 달인이라는 설명입니다.

신간 '소로의 일기-전성기편'(갈라파고스)은 이와는 정반대 세계를 이상으로 그립니다. 자연 예찬과 문명 비판의 고전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30대 중반인 1852년부터 3년간 쓴 일기입니다. "사계절과 보조를 맞추어 자연을 한껏 느끼면서 떠오르는 온갖 생각을 즐길 여유를 갖자" "자연의 왕국을 느긋하게 나아가는 삶을 살자"고 말합니다. 소로는 "누군가가 살아본 인생, 시도해 본 실험은 내게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썼습니다.

몰입이든 느긋한 삶이든 따라가기 벅차다고 느껴지네요. 턱없이 오르는 집값이나 전세 구하기 걱정하는 우리네 보통 사람에겐 둘 다 쉽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은 대부분 자신을 초긴장 상태로 만드는 몰입과 느긋하게 온갖 생각을 즐기는 삶 사이 어딘가에서 그저 헤매고 있을 뿐인데요.

무엇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그저 탈 없이 살았으면 하는 게 보통 사람이 바라는 삶 아닐까, 어리석게도 생각해보는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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