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시 장비가 7번 포착한 월북 놓친 '까막눈' 軍

조선일보
입력 2020.08.01 03:22

7월 18일 탈북민 김씨가 한강을 건너 월북하는 과정이 우리 군 감시 장비에 모두 7차례에 걸쳐 포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병대 소속 초소 CCTV 및 근거리·중거리 감시 장비에 5차례, 열상감시장비(TOD)에 2차례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북한 방송이 26일 김씨의 월북 사실을 발표할 때까지 까맣게 몰랐다. 월북 당시 감시병은 북한에 산불이 난 것을 보고 있어 표적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문제가 된 해병대 초소는 원래 4교대 체제여야 하는데 인원 부족으로 3교대로 운영됐다고 한다. 6시간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인데 8시간으로 늘렸으니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합참은 또 "화면상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화면을 보고 있었다 할지라도 숙달된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채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상비 병력은 2018년 7월 61만8000명에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50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사단별 담당 전선이 1.2배 정도 늘어나게 된다. 군 복무 기간도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자기 임무를 충분히 감당하기 힘든 비숙련 병사 비율은 67%로 증가될 것으로 분석됐다. 병력 감축과 복무 단축에 따라 우려되던 문제점들이 이번 월북 탐지 실패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진작부터 18개월 복무하는 국군 50만명으로 7~10년씩 장기 복무하는 북한군 128만명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있었다. 우리 군은 "드론 봇이나 무인 정찰기 같은 첨단 감시 정찰 체계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장담했었다. 비싼 돈을 들여서 첨단 장비를 구입하면 뭐 하나. 그 장비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김씨가 월북한 그 경로를 이용해서 북한 특수부대 정예요원들이 침투해 왔다면 어쩔 뻔했나. 올 들어 군부대가 취객과 치매 노인에게 뚫리는 경계 실패가 거듭될 때마다 국방장관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반성한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감시 장비에 7번이나 잡힌 월북 장면을 까맣게 몰랐던 이번 사태엔 또 어떤 변명을 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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