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 매물 실종, 정말 세입자 위한 임대차법인가

조선일보
입력 2020.08.01 03:26

주택 임차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전세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새 임대차보호법이 주택 임차 시장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법의 취지는 좋아도 서민들 부담이 작은 '전세'라는 임대차 형식 자체를 위축시켜 중장기적으로는 서민들 부담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 임대차법 시행을 전후해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있던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전세 거래가 활발했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4400가구가 넘는데도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다. 2800여 가구인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2400가구의 강동구 삼익그린맨션 등 다른 대단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1998만 가구 중 874만 가구는 집 없는 세입자이며, 이 중 40%는 전셋집에 살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전국 전·월세 거래 112만건 중 66만건(59%)이 전세 계약이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울에선 월평균 계약이 1년 전에 비해 반 토막 날 정도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었는데, 임대차법은 여기에 결정타를 날릴 가능성이 있다.

세입자들은 법 시행을 반기면서도 2년 또는 4년 뒤 전세 연장을 못 하고 집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새 전셋집을 구해도 보증금을 대폭 올려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전셋집을 아예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각종 규제로 서울의 상반기 주택 인·허가 물량이 2만5800건으로 1년 전보다 31%나 급감했다. 이대로 가면 2~4년 뒤 훨씬 더 심각한 전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제 집주인들은 2~4년 뒤엔 세입자를 내보내는 것이 항상 유리하게 됐다. 보증금을 대폭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월세로 바꾸려 할 것이다. 초저금리 상황과 앞으로 크게 늘어날 보유세 부담 등을 감안하면 전세보다 월세가 훨씬 좋기 때문이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비율(전·월세 전환율)은 요즘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연 4~5%에 이른다. 전세 자금 대출 금리가 평균 2%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면 세입자의 주거 비용은 최소 2배로 늘어나게 된다. 전세가 소멸하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도 더 멀어지게 된다. 윤희숙 의원이 국회에서 지적했듯 임대차 3법은 "전세를 빠르게 소멸시켜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리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임대료에도 직접 관여하는 추가 입법을 거론하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를 갈라 놓으면 표 득실에서 이득이란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시장은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시장의 역습으로 세입자들은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앞으로 2년은 그럭저럭 넘길 수 있다. 2년이면 대선도 치른 뒤다. '그때 탈이 나 봤자 대선에서 이긴 뒤'라는 것이 민주당의 진짜 계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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