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4억뷰 넘긴 블랙핑크의 '그 한복', "제가 만들었어요"

입력 2020.07.31 20:43 | 수정 2020.08.01 03:54

서울 성수동 작업실에서 블랙핑크가 입은 의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단하 대표. 궁중 보자기에서 따온 문양을 시그니처 패턴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서울 성수동 작업실에서 블랙핑크가 입은 의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단하 대표. 궁중 보자기에서 따온 문양을 시그니처 패턴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블랙핑크 팬들이 정말 한복 공부를 많이 해서 댓글로 ‘이 옷은 몇 세기 의상이고, 이런 콘셉트다’ ‘기모노와는 전혀 다르다’ 이런 말씀을 해요. 해외 팬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의상이 있었냐며 감탄하더라고요.”

세계적인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에서 등장하는 한복 의상을 제작한 단하주단의 단하(30) 대표는 “팬들이 한복 대변인이자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다”며 웃었다. 한복 등을 입은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는 지난 6월 26일 공개 된 이후 31일 현재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약 3억6700만뷰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데뷔 무대였던 지미 팰런 쇼 영상 역시 현재 3310만뷰를 넘겼다.

블랙핑크 인스타그램
블랙핑크 인스타그램

서울 성수동 단하주단 작업실에서 만난 단하 대표는 “지난 6월 말 컴백 당일에만 쇼핑몰 하루 방문자 수가 1만명이 넘었고, 지금도 3000여명 정도는 꾸준히 들어온다”며 “50% 이상이 미국, 25%가 중국, 나머지가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가 저희 의상을 구매해 가서 약간의 기대를 하긴 했지만, 저희 의상을 사려고 해외에서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반응이 올지는 몰랐어요. 요즘 단기 셀럽(유명 인사) 체험 중이랄까요?. 하하.”

전세계 팬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블랙핑크의 새 앨범과 단하가 제작한 한복
전세계 팬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블랙핑크의 새 앨범과 단하가 제작한 한복

단하 대표가 창업한 건 고작 2년 남짓. 회사에 다니다 고등학교 친구와 각각 300만원을 손에 들고 ‘한복 스타트업’을 차렸다. 그저 한복이 좋아서였다. “고등학교(부산 가야고) 때 한복을 교복으로 입었는데 참 예쁘고 편하더라고요. 해외여행에서 남다른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한복을 입었는데 현지인들이 ‘우리에게선 볼 수 없는 실루엣’이라면서 극찬하더라고요.”

처음엔 기성 한복을 입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들어 입었다. 전통을 정확히 알아야 더 창의적인 의상도 제작할 수 있겠다 생각해 2016년 2월부터 궁중복식연구원에서 한복 역사부터 배웠다. 고향인 부산에서 새벽 4시 반 기차를 타고 막차 타고 돌아오는 일정을 수년간 거듭했다. 패션을 전공한 것도 아니어서 2018년엔 성균관대 의상학 석·박사 과정도 밟았다. “파리에선 유명 사진작가가 공짜로 사진 찍어주기도 하고, 편집숍에 납품할 생각 없냐는 문의도 왔어요. 한복이 세계로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전통을 모티브로 하는 패션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 창업했습니다.”
아프리카 원단을 이용해 한복 스타일을 접목한 의상/단하 사이트
아프리카 원단을 이용해 한복 스타일을 접목한 의상/단하 사이트

찬란한 색감의 아프리카 원단으로 한복 실루엣의 치마를 만든 것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원단을 이용해 한복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엔 캐나다 밴쿠버 패션협회에서 패션 위크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비전공자인 데다 창업 1년밖에 안 된 터라 부담이 없진 않았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도전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지요. 일단 해야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속옷을 겉옷으로 변화시키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블랙핑크 의상도 이때 만든 것이다. 로제가 입은 크롭톱 느낌의 짧은 의상은 한복 속옷인 가슴 가리개에 문양을 넣어 디자인했고, 제니가 입은 옷은 남성 도포를 변용해 젠더리스(genderless) 룩으로 완성했다. 무지개 치마 속옷은 서양의 캉캉 드레스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숨김과 노출의 미학’이라는 표제도 달았다.

각종 박물관과 전시를 다니면서 발견한 궁중 보자기를 보고 ‘이거다’ 했단다. 에트로나 푸치 같은 해외 패션 브랜드에서 독특한 패턴을 브랜드 로고처럼 사용하는 데서 착안했다. 자신들만의 시그니처로 내세우기로 했다. 최근에는 책가도와 민화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전통을 보전하고 재해석해 전 세계 누구나 입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한국의 샤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우리만의 스타일로 키워보겠습니다.”
단하 대표 뒤로 보이는 의상은 블랙핑크 제니가 입은 상의와 서양의 캉캉 스커트 느낌이 나는 한복 속옷을 치마로 만들어 코디한 의상 /김지호 기자
단하 대표 뒤로 보이는 의상은 블랙핑크 제니가 입은 상의와 서양의 캉캉 스커트 느낌이 나는 한복 속옷을 치마로 만들어 코디한 의상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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