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악' 이정재 "섬뜩한 악역 연기, 끝까지 고민했어요"

  • 뉴시스
입력 2020.07.31 17:37


                이정재
이정재

"악역은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할 수 있고 표현도 풍부해서 캐릭터를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 면에서 악역 역할을 즐기죠. 이번에 맡은 레이는 일단 새로운 캐릭터에요. 일반적인 킬러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죠."

배우 이정재가 섬뜩한 악역으로 돌아왔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통해서다. 그가 맡은 '레이'는 한번 정한 타깃은 놓치지 않는 무자비한 추격자다.

3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이정재는 "독특하고 묘하고 서늘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영화 '도둑들'의 뽀빠이, '관상'의 수양대군 등 다수의 작품에서 존재감 있는 악역 연기를 선보였지만 이번 '레이'는 결이 다른 인물이다. 행동뿐 아니라 표정과 눈빛으로 인물의 잔인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정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비린내가 풍기는 레이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레이는 누구를 사냥하고 싶은 본능이 있는 인물이에요. 어떤 행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잔인하게 느껴지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어요.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인물 자체, 생각이 잔인한 인물이요. 그가 손에 들고 다니는 아이스 커피는 사람을 죽이기 전에 보여주는 여유를 한껏 드러내죠. 결과적으로 더 잔인하게 표현된 것 같아 만족해요."

목 전체를 뒤덮은 문신과 화려한 의상 등 강렬한 외형도 눈길을 끈다. 인남(황정민)이 암살자로서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어두운 색깔을 입었다면 레이는 화이트를 기반으로 한눈에 띄는 스타일을 구현했다. 화려한 액션을 구사하는 레이인 만큼 상대를 압도하는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서다.

"레이는 형제의 장례식장에서 흰 코트를 펄럭거리며 처음 등장하죠. 색감에서부터 인남과 정반대의 콘셉트를 구상했어요. 화려한 패턴이 의상과 전신을 두르는 문신 등 강렬한 비주얼을 만들어냈죠. 처음에는 스태프들도 놀라더라고요. 개성이 뚜렷한 인물을 탄생시키기 위해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 고유의 스타일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어요. 의상은 바뀌어도 하얀 구두는 고수했어요. 레이가 등장한다는 모종의 신호를 주는 셈이죠."

인물에 대한 배경 설명이 친절하지 않은 점은 이정재에게 도전이자 매력으로 다가왔다. 레이는 자신의 형이 인남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되고 그를 향한 무자비한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형제라지만 연 끊은 관계다. 실상은 가족애보다 그만의 처단 방식과 집요한 성격을 대변한다.

"레이는 끝을 가늠할 수가 없었어요. 인물은 보통 배경 설명이나 상대방의 교감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나는데 레이는 울타리가 없는 상황에서 시나리오가 왔어요. 내가 조절을 해야 하니 어디까지 가야 할지 모르는 부분이 있었죠. '독특한 레이만의 묘한 매력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하는 부분이 촬영 끝날 때까지 고민이었어요."

영화는 강렬한 캐릭터뿐 아니라 리얼한 액션 시퀀스도 돋보인다. 이정재와 황정민은 때리고 맞는 '척'이 아니라 실제 맞고 때리는 '타격 액션'을 선보였다.

"액션도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이어서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현장에서 찍으면서, 찍은 장면을 보면서 설득이 됐어요. 보통 3~4달 정도 준비를 해야 하는 정도의 액션 영화인데 육탄전은 현장에서 갑자기 생겼어요. 시나리오는 거의 총기 액션이었는데 말이죠. 뭐 어떡하겠어요 열심히 때리고 맞았죠. 하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정우성 등이 출연한 '강철비2:정상회담'과 함께 여름 극장가 대전에 등판한다.

이정재는 "올여름 성수기에 맞붙지만 대결보다는 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극장가가 (코로나) 시국 때문에 침체한 상황인데 색깔이 다른 두 영화가 극장가를 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철비2는 정우성씨와 소속사가 같아 가족 시사회 때 봤는데 아주 의미 있는 동시에 유쾌함도 살아있더라고요. 우리 영화는 시원한 액션 영화로 많은 관객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80% 이상이 해외 촬영이어서 이국적인 매력도 느낄 수 있고요. 어려운 시국에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이정재는 영화 '헌트'(가제)로 감독으로도 데뷔한다. 4년간 시나리오를 집필한 첫 연출작으로 그와 두터운 친분의 정우성이 출연을 검토 중이다.

'헌트'(가제)는 안기부 에이스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이정재는 '헌트' 연출과 출연을 확정하고 내년 목표로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1999년 개봉한 영화 '태양은 없다'에 함께 출연했다. 이번 작품으로 다시 호흡을 맞춘다면 21년 만이다. 두 사람은 현재 같은 소속사에 있으며, 연예계에서 남다른 우정을 과시해왔다.

"8~9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썼는데 다른 사람이 연출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결심하게 됐어요. 정우성씨가 꼭 출연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직 검토 중이어서 어떻게 압박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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