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부자 베이조스의 넘사벽인 '미국판 정주영'

입력 2020.08.01 08:11

[김기훈의 경제 TalkTalk]
베이조스 재산 올들어 58%나 증가한 215조원
미국 최대 부자인 록펠러 따라 잡을까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블룸버그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블룸버그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의 재산이 올해 58%(663억달러)나 증가하면서 7월 30일 현재 1810억달러(약 215조원)로 집계됐다(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인터넷 기업 주가가 폭등한 덕택이다. 그의 재산은 하루에 130억달러나 늘어난 적도 있다. 2위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1180억달러)과 격차를 훨씬 벌렸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신기술 분야 거부들의 재산이 불어나는 속도와 규모는 놀라울 정도다. 블룸버그 지수를 보면 세계 500대 부자의 재산은 2016년 7510억달러에서 2020년 1조4000억달러로 4년만에 배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상위 10대 부자 중 7명이 신기술 분야에서 부를 축적했다. 반면 전통 제조업과 금융업종의 거부들은 재산이 줄었다. 예컨대 항공주에 많이 투자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재산은 올들어 158억달러 감소했다.

7월 31일 현재 세계 10대 부자들의 순위와 연초 대비 재산변동액. B는 10억달러, M은 백만달러 를 의미한다. 첫 칼럼은 총 재산액, 둘째 칼럼은 전날 하룻 동안의 변화, 셋째 칼럼은 연초 이후 변화액./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7월 31일 현재 세계 10대 부자들의 순위와 연초 대비 재산변동액. B는 10억달러, M은 백만달러 를 의미한다. 첫 칼럼은 총 재산액, 둘째 칼럼은 전날 하룻 동안의 변화, 셋째 칼럼은 연초 이후 변화액./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미국 역대 최고 부자

그렇다면 베이조스 회장은 미국 역대 최고의 부자일까? 생존 시대가 다른 역대 부자들의 재산 규모를 비교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당시 미국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재산의 비율을 산정한 뒤 최근 GDP를 활용해 현재의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이다. 예컨대 1850년대 어떤 부자의 재산액이 GDP의 1% 였다면 2020년 환산 가치는 2020년 GDP의 1%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블룸버그가 지난해 5월 환산한 결과를 보면 역대 미국에서 가장 부자였던 사람은 석유왕 존 록펠러(1839~1937)였다. 그는 생전에 15억달러의 부(富)를 일구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37년 사망 당시 GDP의 1.6%에 해당한다. 이를 2019년 가치로 환산하면 3310억달러(약 393조원)였다. 엑손모빌의 전신인 스탠드다오일의 창립자였던 록펠러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으로 꼽힌다.

미국의 석유왕 존 D. 록펠러./위키피디아
미국의 석유왕 존 D. 록펠러./위키피디아

2위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로 재산 규모는 3210억달러였다. 그는 자신의 철강 회사를 1901년에 월스트리트의 금융 황제 존 피어몬드 모건에게 당시 금액으로 4억8000만달러에 팔았다. 3위는 철도왕이었던 코닐리어스 밴더빌트(1794~1877).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 역을 만들어 철도와 운송 분야를 장악하며 현재 가치로 238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했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왼쪽)와 철도왕 코닐리어스 밴더빌트./위키피디아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왼쪽)와 철도왕 코닐리어스 밴더빌트./위키피디아

4위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1955~ )로 2130억달러였다. 5위는 뉴욕 부동산에 투자해 1690억달러의 재산을 형성한 존 제이콥 애스터(1763~1848)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지난해 베이조스 회장(1964~ )이 1170억달러로 6위를 차지했다. 그의 뒤는 930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1930~ ).

미국의 부동산 거부 존 애스터(왼쪽)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위키피디아
미국의 부동산 거부 존 애스터(왼쪽)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위키피디아

하지만 이 순위는 올들어 약간 바뀌었다. 빌 게이츠 회장이 재산을 자선 사업에 기부하며 4위에서 6위로 내려 앉은 반면, 그 자리를 베이조스 회장이 대신했다. ,

베이조스 회장이 파죽지세로 상승하면서 그의 재산이 2000억달러를 돌파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조스 회장은 지난 7월 29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 제출한 사전 답변서에서 “아마존은 위험 감수와 소비자 우대 정책에 집중한 결과 살아남은 미국판 성공 스토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사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9세기 미국 번영의 기틀을 닦았던 ‘미국판 정주영’ ‘미국판 이병철’의 재산 규모에 비할 수준은 아니다.

록펠러를 추월할 수 있을까

베이조스 회장은 매우 열정적이고 일에 대한 집념이 강해 앞으로도 사업 확장의 야망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나이도 56세로 젊은 편이다. 그렇다면 그는 남은 인생 동안 재산을 83% 더 불려서 록펠러를 추월할 수 있을까. 그의 재산 대부분이 아마존 주식이기 때문에 아마존 사업이 번창해 주가가 오르면 된다. 더구나 인터넷 생활화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급격히 확산되고 사회적 부(富)의 집중이 가속되고 있는 흐름에 비추어 보면 수년 내에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19세기 록펠러 시대는 산업 부흥기였다. 당시 거부들은 제조업 부문의 새로운 원료·기술·운송수단 등 인프라를 독점하면서 부를 일구었다. 그러나 이러한 독점에 대해 노동자와 하청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반독점법이 도입되고 소득세 제도도 강화됐다.

지금의 독점 상황은 당시보다 더 나쁘다. 1990년대에는 미국 상위 5대 회사의 기업가치가 GDP의 6% 이하였던 반면, 지금은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5대 미국 기술 기업의 시가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이른다. 게다가 최근 2년새 비중이 곱절로 커졌다.

그래서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민주당)은 “19세기에 ‘악덕 자본가’들이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사이버 자본가’들이 설치고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정부 규제가 가해지면 베이조스 회장의 재산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가 쉽지 않다.

기부와 자선도 하나의 변수이다. 록펠러나 카네기 같은 19세기 자본가들은 ‘악덕 자본가’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자신이 혹은 후손들이 대규모 기부활동을 했다. 이러한 흐름이 요즘에도 이어지면서 베이조스 회장도 최근 기부 약속을 했다. 지난 2월에 기후변화에 대항하기 위해 100억달러를, 지난 4월에는 ‘빈민구제 공익재단’에 1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기부 서약서’에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기부 금액이 늘어나고 실행되면 게이츠 회장처럼 재산 증식 속도도 둔화될 수 있다.

록펠러는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인수합병을 통한 독점 체제를 형성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평생 동안 직접 회계 장부를 쓰고 임금을 깎기 위해 가정부와 다툴 정도로 돈 관리에 철저했지만, 교회에 십일조는 빠짐없이 냈다. 베이조스도 인수와 합병, 신기업 설립 등을 통해 사업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세금을 안내고 기부 정신도 약하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성장산업인 인터넷과 우주산업 투자를 쉬지 않고 있다. 그가 125년 선배인 록펠러보다 사업 규모를 더 확장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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