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디지털 읽기] 재택근무는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조선일보
  •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입력 2020.07.31 03:14

페이스북 인력 절반 재택 전환, 트위터는 원하면 계속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김현국

지난 27일 구글은 직원들의 자발적 재택근무를 2021년 6월까지 연장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직원과 계약직을 포함한 20만명에 이르는 구글 직원 거의 모두에게 해당하는 조치다. 구글을 비롯한 미국 테크 기업들의 재택근무는 지난봄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과 함께 다른 업종보다 먼저 시작되었고, 훨씬 더 적극적이다. 아마존과 애플은 내년 1월까지라고 발표했지만 구글처럼 연장할 가능성이 있고, 트위터는 한술 더 떠서 원하는 직원은 앞으로 계속해서 재택근무를 해도 좋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에 전체의 절반 정도 인력을 2030년까지 원격 근무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재택근무 시대가 열리는 걸까?

재택근무는 득일까, 실일까

20세기를 대표하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에 출간한 책 '제3의 물결'에서 당시 원격 근무를 하는 사람들의 예를 보여주면서 "원격 회의가 가능한 장치가 있으면 재택근무 가능성은 크게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그때만 해도 인터넷은커녕 개인용 컴퓨터도 보편화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대한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게 들렸다.

하지만 그 당시 상상하기 어려웠던 스마트폰까지 보편화한 지금, 거의 모든 직장인이 사무실 밖에서도 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근길과 퇴근길은 물론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주말에 놀러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따라서 이제 문제는 재택근무나 원격 근무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냐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정말로 원하느냐다. 사무실에 가지 않고 일하는 것은 기업과 노동자에게 득일까, 실일까?

몇 해 전 중국의 한 기업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씨트립(CTrip)이라는 이 기업은 미국의 나스닥에도 상장된 직원 1만6000명의 대규모 여행사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콜센터 직원 중 무작위로 선정해서 절반은 사무실 근무, 다른 절반은 재택근무에 배치해서 9개월 동안 실적을 비교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세계적 경제학 저널(QJE)에 결과가 실려 관심을 끈 이 실험을 통해, 재택근무자들이 사무실 근무자들보다 13% 더 높은 실적을 냈다고 밝혀졌다.

재택근무로 네트워킹 참여는 줄어

비슷한 다른 연구에서도 밝혀졌지만, 사람들이 집에서 일할 때 휴식 시간을 줄이고 업무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집에서 일하면 아이들과 가사에 방해받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 불필요한 미팅이나 잡담 등으로 업무에 집중하기 오히려 더 어렵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재택근무자들의 업무 만족도는 향상되었고, 이직률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 결과에 고무된 씨트립은 모든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전체 직원의 절반이 그 옵션을 선택해 재택근무를 자원했고, 기업 성과는 22% 향상되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재택 직원의 승진율이었다. 이들의 승진율이 사무실 근로자 승진율보다 낮아진 건 아닌데, 높아진 성과를 감안하면 승진율은 내려갔다. 즉, 더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더 냈지만 그것이 승진에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거다. 왜 그럴까?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그래서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통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직원들의 승진과 연봉 협상 경쟁력에 차이가 났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재택근무자들이 회사 외부에서 일어나는 네트워킹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직을 통한 연봉 상승 같은 기회는 직장 밖의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는데,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직장에서도 연봉 협상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대면 미팅의 중요성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코로나 팬데믹 동안 테크 기업들이 앞장서서 재택근무를 주도하고 있지만, 사실 실리콘밸리는 대면 미팅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었다. 팬데믹 전까지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느 스타벅스에 들어가도 투자자에게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며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피칭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픽사 스튜디오를 사들인 후에 새로운 건물을 만들면서 모든 직원이 서로 우연히 마주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한 것도, 야후를 이끌던 머리사 메이어가 직원들의 재택근무에 반대한 것도, 땅값이 천문학적으로 치솟는데도 기업들이 굳이 실리콘밸리에서 큰돈을 내면서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도 모두 대면 미팅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심지어 재택근무의 미래를 예언한 앨빈 토플러도 "비즈니스에서 비언어적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대면 미팅의 필요성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을 만큼 인간은 여전히 직접 만남을 통해 정보와 아이디어를 나누는 데 익숙한 존재다. 하지만 당분간 그런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당장 많은 회의가 화상으로 이루어지고, 직접 만나도 얼굴 반을 마스크로 가린 채 윙윙거리는 소리로 대화하는 중이다.

서구에서 팬데믹을 "거대한 재택근무 실험"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실상 강제로 모두가 원격으로 소통하게 된 상황에서 어떤 소통과 협업이 원격으로 가능하고, 어떤 작업에서 직접 대면이 불가피한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이 끝나고 그 결과를 받아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진정으로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조직과 직장 문화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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