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 LIVE] 시리아, 독일, 그다음은 한국인가?

조선일보
  • 강인선 부국장
입력 2020.07.31 03:18

주독미군 감축 결정 보면 미 의회 견제 느껴지지 않아

강인선 부국장
강인선 부국장

미국이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3만6000명 중 당초 예상됐던 9500명보다 더 많은 1만2000명을 감축한다고 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더 큰 전략적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독일에 대한 응징이란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트럼프 스스로도 "동맹의 호구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중인 우리 입장에선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대선 때부터 트럼프가 끈질기게 주장해온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은 '설'과 '가능성'으로 논의되며 압박감을 더했다. 시리아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마침내 독일까지 왔다.

트럼프의 핵심 참모 중 동맹을 중시하던 전통적인 외교·안보 인사들은 거의 사라졌다. 이젠 예스맨들만 남아 있을 뿐이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쓰고 싶어할 때 워싱턴에서 이를 견제할 기관은 사실상 의회뿐이다. 의회는 예산권을 활용해 트럼프가 해외 주둔 미군 감축에 돈을 쓰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미 의회가 매년 새로 통과시키는 국방수권법(NDAA)이 그 역할을 한다. 국방부 예산 운용의 큰 틀을 짜는 국방수권법에 특정 지역 미군을 줄이는 데 당장 예산을 쓰지 못하게 함으로써 감축을 어렵게 하거나 지연하는 것이다.

미 상·하원은 최근 각각 통과시킨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에서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을 현행대로 유지토록 했다. 이 수준 미만으로 병력을 줄이는 데 예산을 쓰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예외 조항이 있다. 미 국방장관이 몇 가지 사항을 의회에 입증할 경우엔 감축도 가능하다. 상·하원 모두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 국익에 부합하고 지역 내 동맹들의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으며, 한·일 등 동맹국들과 적절히 논의했다는 점을 입증토록 했다. 하원은 여기에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과 이 지역에 대한 북한 위협 감소와 비례해야 하고, 한국이 한반도에서 전쟁 억지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입증하라고 하고 있다.

한 의회 전문가는 이런 사항은 국방장관이 의회에 편지 한 장 쓰는 것으로 간단히 넘을 수 있는 장애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의회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감군 결정을 견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주독미군 감축 결정 과정을 보면 미 의회가 발휘해야 할 견제의 힘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동맹은 물론 나토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미 의회에서 주독미군 감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독미군 감축을 밀어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지난 3월 미 국방부가 트럼프의 압박에 주한미군 감축안을 백악관에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워싱턴에선 국방부가 다양한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은 비밀도 아니었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양 세력인 미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의 매력은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도 나왔다. 최근 미 육군대학원 산하 연구원이 펴낸 보고서 역시 앞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수요가 줄고 대중(對中) 압박에서 한국 역할이 호주·일본 등에 비해 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주한미군에 대한 워싱턴의 생각은 단순히 트럼프라는 특이한 정치인이 만들어낸 돌발 상황만은 아닌 것이다.

주독미군 감축 계획이 발표되자 국방부는 즉시 "주한미군 규모 조정과 관련해 한·미 양국 간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던지고 있는 질문은 '논의한 적이 있느냐'가 아니다. '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느냐'이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한·미 동맹이 한 체급 내려앉는다 해도,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키우고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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