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년 지나면 부작용 본격화할 '임대차 3법', 정권 끝나면 그만인가

조선일보
입력 2020.07.31 03:24

논란을 빚던 '임대차 3법' 중 2개 법안이 제대로 된 검토·심의도 없이 민주당 단독 표결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늘부터는 2년 전세 계약 종료 후 세입자가 원하면 2년 더 연장할 수 있게 되고, 재계약 때 임대료 상승률도 5% 이내로 제한된다. 전체 가구의 39%가 자기 집 없이 전·월세로 사는 상황에서 2년마다 쫓겨나듯 이사 다니지 않도록 주거 안정을 돕자는 취지다. 세입자가 최소 4년은 한 집에서 살 수 있게 보장해준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법으로 규제한다고 복잡한 전·월세 시장이 정부 뜻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미 이 법 때문에 극심한 전세 대란이 벌어졌다. 집주인들이 법 통과 전에 미리 전셋값을 대폭 올리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바람에 서울에서는 오르지 않아도 될 아파트 전셋값이 1억~3억원씩 폭등했다. 수도권 일대에서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조차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새로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는 껑충 오른 가격에 계약을 해야 한다. '임대차 3법'이 가져온 가격 폭등의 피해가 고스란히 무주택 서민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앞으로는 4년 주기로 전셋값 폭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집주인 입장에선 '2년+2년' 거주가 끝난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 세입자를 받아 인상률 5% 제한 없이 전·월세 값을 시세대로 받는 것이 무조건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법이 1989년 시행됐을 때 서울의 전세금이 한 해에 24%나 폭등했다. 앞으로는 4년 동안 가격이 묶이게 되니 전·월세 값이 4년 단위로 계단식으로 급등할 수 있다. 같은 집에서 더 오래 살 수 있던 세입자도 앞으론 4년마다 새 전·월세 집을 찾아 전전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세입자를 위한다는 법률이 도리어 세입자들을 불리하게 할 위험성이 크다.

취지는 훌륭하지만 현실은 거꾸로인 '규제의 역설'이 비일비재하다.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을 2년 고용하면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법률을 만들었지만 비정규직 보호는커녕 '2년 자동해고'로 이어졌던 예도 있다. 전·월세 시장은 수요·공급의 가격 원리로 움직이는 시장이다. 이 법 시행으로 전·월세 공급이 넉넉해 굳이 가격을 안 올려도 되는 지역이나 시기에도 계약 갱신 때마다 무조건 5% 최대한도까지 올리는 관행이 굳어질 수도 있다. 2년 연장의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하는 2년 뒤부터 부작용이 본격화할 것이다. 임기 2년도 남지 않은 정부가 2년 뒤, 4년 뒤 불거질 역효과는 나 몰라라 한 채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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