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서류를 불태웠고...미국은 두보의 시를 읊었다

입력 2020.07.30 18:55 | 수정 2020.08.02 18:18

총영사관 폐쇄 미국과 중국은 이렇게 달랐다

“지난 3년간 이렇게 활력 넘치는 청두(成都)에서 미국 총영사로 일해 큰 영광이었습니다. 지난 3년간 총영사로 있으면서 청두는 이미 저와 제 가족에게 ‘제2의 고향’이 됐습니다. 결코 청두를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보복으로 폐쇄 조치를 당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짐 멀리낙스(Jim Mullinax) 총영사는 총영사관 폐쇄 다음날인 지난 28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유창한 중국어로 이렇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성조기 하강식 이어 두보 시로 작별 인사…”대국 품격 보여줬다”

쓰촨성 청두에 있는 두보초당을 배경으로 중국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짐 멀리낙스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 /유쿠 캡처
쓰촨성 청두에 있는 두보초당을 배경으로 중국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짐 멀리낙스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 /유쿠 캡처

그는 30년 전인 1990년 쓰촨사범대학으로 유학을 오면서 중국과 첫 인연을 맺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지난 3년간 총영사로서 해온 주요 교류 활동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말미에는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한 구절로 청두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멀리낙스 총영사가 가장 좋아한다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효간홍습처/화중금관성(曉看紅濕處/花重錦官城)’이다.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청두의 옛 이름)에 꽃들이 활짝 피었네’라는 내용이다. 멀리낙스 총영사가 이 작별 동영상을 찍은 곳도 청두에 있는 두보초당이었다. 그는 린제웨이(林傑偉)라는 중국 이름도 갖고 있다.



미중 양국이 휴스턴과 청두에 있는 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외교관들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는 평가가 중국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청두 주재 총영사관은 총영사관 성조기 하강식 장면과 총영사의 작별 동영상 등을 웨이보에 차례로 올리며 아쉬움 속에서도 따뜻한 작별 인사를 전해 대국의 품격을 보여준 데 비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인사는커녕, 마당에서 각종 문건을 잔뜩 불태운 뒤 인사조차 없이 야반도주하듯 총영사관을 떠났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 폐쇄 당시 열린 미국 성조기 하강식. /주중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지난 27일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 폐쇄 당시 열린 미국 성조기 하강식. /주중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주중미국대사관은 청두 주재 총영사관이 폐쇄된 지난 27일 오전 “1985년 이래 청두 총영사관은 미국민과 쓰촨, 충칭, 구이저우, 윈난, 티베트 지역 중국인의 상호이해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우리는 영원히 여러분을 그리워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39초 짜리 동영상을 웨이보에 올렸다. 이어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던 총영사관 개관식 사진 등을 게재했고, 오후 늦게는 총영사관 미국 성조기 하강식을 담은 48초 짜리 동영상을 내보냈다.

◇몰래 문건 불태운 중 총영사관, 문까지 잠그고 떠나

반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은 폐쇄 통보를 받은 직후인 지난 21일 마당에서 문건을 대거 불태워 휴스턴시 소방당국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폐쇄 당일인 지난 24일에는 총영사관 출입문을 잠궈 놓고 떠나, 미 연방 관리들이 열쇠수리공을 불러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야 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폐쇄 요구를 받은 직후인 지난 21일 미국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마당에서 중국 측이 문건을 불태우는 장면. /미 CNBC 방송 캡처
미국 정부로부터 폐쇄 요구를 받은 직후인 지난 21일 미국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마당에서 중국 측이 문건을 불태우는 장면. /미 CNBC 방송 캡처


중국 유명 인터넷 소설가이자 스포츠평론가인 먀오훙(妙紅)은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멀리낙스 총영사가 두보의 시를 남긴 것은 중미 관계가 암흑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 시 한 수로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보겠다는 뜻일 것”이라며 “미국 영사관은 허겁지겁 문건을 태우지 않고 떠났고, 중국 관리들은 문을 부수지 않고 정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썼다.

한 중국 네티즌도 웨이보 글에서 “이런 것이 대국의 풍모”라며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처럼 몰래 문건 불태우고, 문을 걸어 잠궈 인수인계를 거부한 채,제대로 된 의식도 없이 국기를 내리자마자 후다닥 도망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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