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야아!

조선일보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20.07.30 03:08

[가슴으로 읽는 동시] 야아!

야아!

풀잎 끝에 이슬방울이 맺혔어요.
쭈그려 앉아 이슬방울 속을 들여다봐요.
내 얼굴이 들어 있네요.
가만히, "야아!" 했더니
이슬이 뚝 떨어졌어요.
깜짝 놀랐어요.
내가 사라졌거든요.

ㅡ김용택(1948~ )

감탄과 놀라움은 시가 품고 있는 비밀스러운 향기다. 사람은 시에서 비밀스러운 향기를 맡는다. 향기는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적신다. 순간, 인간은 악기(惡氣)를 버리고 순수해진 나를 조용히,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된다.

말간 몸으로 풀잎 끝에 매달린 이슬 속의 자기 얼굴을 보고 '야아!' 감탄한다. 그 소리에 그만 이슬이 떨어져 깜짝 놀란다. 놀람은 이슬이 떨어진 데서도 왔지만, 자신의 얼굴이 사라져버린 데서 온 것이다. 얼굴은 단순한 얼굴이 아니고 맑아진 자기 모습이다.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내가 사라졌는데. 이슬 한 방울에도 감탄과 놀라움의 영토가 있다. 거기 발을 들여놓으면 '야아!' 외치게 된다. 어릴 때 쪼그려 앉아 바라본 이슬방울이 둥둥 떠온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