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센강 변은 다른 줄 아나

입력 2020.07.30 03:12

손진석 파리특파원
손진석 파리특파원
파리와 서울을 한국의 집권당 대표가 강변 풍경으로 비교했다. 그는 "서울은 한강변에 아파트만 들어서서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센강 같은 곳을 가면 노트르담성당 등 역사 유적이 쭉 있고 프랑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안다"고 했다. 물론 그는 서울의 과열된 아파트 열기를 비판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부동산에 집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센강 변에는 역사 유적만 있는 게 아니다. 부동산 열기도 함께 흐른다. 센강의 양대 하중도(河中島) 중 행정기관이 많은 시테섬과 달리 생루이섬에는 낡긴 해도 아파트가 적당히 있다. 생루이섬에 살면 노트르담성당을 비롯한 여러 세계적 명소를 지척에 두고 생활할 수 있다. 센강의 중심에 거주한다는 각별함도 누린다.

가격은 얼마나 할까. 침실 하나와 주방 겸 거실 하나가 있는 전용 52㎡(약 15.7평)짜리가 99만9000유로에 나와있다. 센강 전망도 없고 주차장도 없다. 그래도 14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만 한 집에 세들어 살려면 적어도 월세 350만원쯤을 내야 한다. 한강 변과 마찬가지로 센강 변 아파트도 '단가 얼마 얼마'라는 말이 나온다.

프랑스인들은 '천박한' 욕망을 억제하지 않는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지난 7일 자에서 파리 근교 부촌(富村)인 뇌이쉬르센의 집값을 해부했다. 큼직한 지도를 그려 골목 단위로 집값을 표시해놨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서다. 이뿐 아니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아파트 값으로 파리 시내 20구의 순위를 매기고, 이런 서열이 언론 보도에 등장한다. 노골적이고 솔직한 부동산 정보가 넘쳐난다. 대표적인 좌파 신문인 르몽드조차 자체 부동산 사이트를 운영할 정도다. 파리·서울 같은 세계적인 도시에서 살고 싶어하는 이들은 넘쳐난다. 그런 대도시의 안에서는 조금이라도 나은 곳에 몸을 누이려는 경쟁이 멈추지 않는다.

여당 대표의 '천박하다'는 표현에는 '더 좋은 곳에 살고 싶다'는 욕망을 저급한 것으로 여기는 집권 세력 특유의 시각이 담겨 있다. 그들은 주택 보급률이 높다며 "집은 충분한데 투기꾼들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더 좋은 집에 대한 갈망을 무시하는 사회주의식 배급 논리다. 100명에게 꿀꿀이죽 100인분을 던져주고 '배를 채우는 데 문제없지 않느냐'고 하는 것과 같다.

금 정부는 집을 둘러싼 인간 본성과 시장 원리를 다 무시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집을 늘리려는 시도는 뒷전이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편 가르는 정치 게임에 몰두한다.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리 없다. 국가의 정책 목표는 국민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라야 한다. 의식주와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파리에서든 서울에서든 더 좋은 집에 대한 열망은 죄가 아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