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소년… 맹신의 늪 빠져나올까

조선일보
입력 2020.07.29 05:01

칸 영화제 감독상 '소년 아메드'

"진정한 이슬람교도는 여자랑 악수하지 않아요."

불과 한 달 전까지도 반팔로 다니며 비디오게임에 푹 빠져 지내던 벨기에 10대 소년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 하지만 동네의 젊은 이슬람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더니 종교적 극단주의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심지어 세속적 가요를 통해서 실생활에서 쓰이는 아랍어를 배우자는 어른들 의견에 대해서도 신성모독이라며 날카로운 적의를 드러낸다. 급기야 아메드는 방과 후 수업을 해주는 지도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체포되어 소년 교정 시설에 들어간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소년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오른쪽)는 자신을 어릴 적부터 가르친 이네스 선생님(미리암 아케듀)에게 흉기를 휘두른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소년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오른쪽)는 자신을 어릴 적부터 가르친 이네스 선생님(미리암 아케듀)에게 흉기를 휘두른다. /진진
30일 개봉하는 '소년 아메드'는 벨기에 형제 감독인 장피에르(69)와 뤼크 다르덴(66) 감독의 영화. 봉준호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2014년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노동자들의 연대감과 이기심 사이의 간극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이 형제는 이번에는 소년 아메드를 통해서 종교적 광신의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교정 시설에 들어간 아메드는 맹신의 늪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카메라를 어깨에 들거나 손에 쥐고 촬영하는 들고 찍기(handheld) 기법,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에 공간적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 근접 촬영은 다르덴 형제의 전매특허. 극 영화 이전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먼저 데뷔한 이 형제는 허구의 산물인 극 영화도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배경음악도 거의 흐르지 않는다. 이번 영화에서도 학교 교실과 이슬람 예배당, 교정 시설 같은 제한적 공간에서 부지런히 아메드를 앞서거나 뒤쫓는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극적 불안감과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종교적 원리주의에 대한 질문은 자칫 사변적이거나 작위적으로 흐르기 쉽다. 하지만 10대 소년의 성장기라는 필터를 투과한 덕분에 한결 부드럽게 보인다. 마지막 순간까지 소년은 증오와 화해의 갈림길에 놓인다. 결말은 다소 급작스럽지만, 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폭력과 관용에 대한 '우화(寓話)'로 보면 좋을 듯싶다. 엔딩 자막과 함께 조용히 흐르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번(D.960)도 긴 여운을 남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