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는 숙였지만' 제주 어린이집 부실급식방지 CCTV 설치 반발

입력 2020.07.26 11:48

제주도 "실제 급식 배식 확인 필요"
어린이집연합회 "조리실에 설치 반대"

제주도가 어린이집 부실급식과 관련해 방범카메라 설치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지역 전 어린이집의 배식 장소 등에 급식식단 확인을 위한 방범카메라(CCTV)를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최근 일부 어린이집에서 원아들에게 부실급식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일부 어린이집에서 제공된 급식이 부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평등보육노조 제공
제주지역 일부 어린이집에서 제공된 급식이 부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평등보육노조 제공

원 지사는 지난 24일 어린이집 부실급식 제공과 관련한 긴급 현안회의를 주재하고, “어린이집 식단표와 실제 배급식단과 배식과정 등을 확인해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급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어린이집 주방에 CCTV를 설치하라”라고 말했다.

영유아보육법에서는 어린이집 설치 운영자는 아동학대 방지 등 영유아의 안전과 어린이집의 보안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CCTV를 설치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제주지역 488곳 모든 어린이집 보육실과 공동놀이실 등에는 의무적으로 CCTV가 설치돼 가동 중이다.

하지만 주방이나 식사공간(공용공간)은 CCTV의무 설치 공간에서 제외되면서 위생과 식품안전 관리를 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 지사는 “제주지역 한 인권단체에서 어린이집 조리실 CCTV 설치에 대해 인권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CCTV는 조리실이 아닌 배식과 식사공간에 설치하는 것”이라며 “실제 배식과정과 결과를 확인하는 용도”라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현재 CCTV가 없는 어린이집의 경우 급식 후 촬영한 사진 또는 급식일지로만 급식상태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CCTV 설치는 이 같은 어린이집 급식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연합회 등이 인권침해 등의 문제로 동의하지 않고 있는데다 강제규정이 없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어린이집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급식 제공 의혹에 대해서 “이번 사태로 원아들과 학부모가 받았을 충격과 불안감, 그리고 불신과 비난의 시선을 생각하면 보육인으로서 가슴이 무너지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라며 “보육 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자정 노력과 지속적인 교육·관리를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조리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발했다. 강은숙 제주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이미 어린이집 교실 등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충분히 급식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며 “주방 CCTV 설치는 조리사 등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조리실이 아니라 배식을 하는 장소와 원아들이 식사를 하는 장소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린이집 원장들을 대상으로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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