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추미애, 박원순 사건부터 명을 내려라

입력 2020.07.25 03:16

김신영 경제부 차장
김신영 경제부 차장
법무장관 추미애는 자신을 '별님'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본인이 공개한 카카오톡 캡처 사진에 그렇게 나와 있다. 성(姓) 때문에 지지자들이 달님(moon)이라 부르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 팀이란 뜻인 듯하다.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 질의 영상을 보다가 참으로 안 어울리는 별명이란 생각이 굳어졌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의 '명을 거역했다'며 핏대를 올려 왔는데 그 분노가 이번 질의 때 제대로 폭발했다. 김태흠 의원(미래통합당) 질문에 말이 점점 거칠어졌고 급기야 이렇게 화를 냈다. "최강욱이는 그런 말(수명자)을 쓸 수 있고, 남자고! 여자인 법무부 장관은 '수명자'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된다고 하시고… 엉?"(최강욱 의원과 사전 공유했단 의혹이 이는 법무부 문건에 등장하는 단어 '수명자'에 관해 묻자 나온 답이었다.)

추 장관이 코너에 몰리자 여성성을 방패로 내세운 게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 휴가에 직원을 대동했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 '여성 장관에 대한 언론의 관음 증세가 심각하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관음증은 '다른 사람을 몰래 훔쳐봄으로써 성적(性的) 만족을 얻는 증세'란 뜻이다. 그는 권력자를 감시한다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언론을 갑자기 '여성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로 몰아버렸다.

그리고 이제, 그의 앞에 박원순 성추행 사건이 왔다. 피해자의 호소가 수년간 뭉개진 이유, 박 전 시장이 고소 사실을 미리 안 경위에 대한 의혹이 무성한 가운데 23일엔 검찰이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인지했음이 드러났다. 피해자 측이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박원순 성추행 건으로 면담을 신청했는데 검사가 얼마 후 돌연 면담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경찰에 가기도 전의 일이며, 지검장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수사 유출을 조사하던 검찰이 이제 의혹 대상자가 됐다. 특임검사를 도입해 독립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추 장관은 박원순 사건에 입장이 없다. '지켜보고 있다'고만 한다. 탈영 의혹을 받는 아들에 대해선 사생활 침해라 발끈하면서 박원순 사건 피해자 2차 가해는 언급을 꺼린다. 국회에서 그 문제가 나오자 역으로 "박원순 피해자는 그렇게 안타까워하면서 제 아들은 왜 엮어서 물어보나"라고 받아쳤다. 그는 민주당 대표 시절 "엄마 된 심정으로 그릇된 성 문화를 바꾸겠다"고 했는데 그게 진짜로 엄마 마음이란 얘기였나 보다.

미국의 존경받는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는 '미투' 운동이 확산할 때 피해자와 연대(連帶)한다는 목소리를 반복적으로 냈다. "용기를 내십시오.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 힘도 갖췄고 수도 적지 않습니다"라고 피해자 편에 섰다. 자칭 '여자' 추 장관은 모르겠단다. 지지 선언까지는 못할지언정 필요할 땐 여자라고 방어하다가 껄끄러운 권력형 성추행엔 '지켜보고만 있다'고 하는 모습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가.

다분히 정치적 사건을 '검·언 유착'이라 단정하고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던 사람이 추 장관이다. 박원순 건만큼 국민을 경악하게 한 성추행 사건도 드물다. 추 장관이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독립적인 수사와 '최고 지휘 감독권자의 명'은 이런 때를 위해 존재한다. 어째, 이번엔 명하기 싫은가. 그럼 '여성'이라고 다시는 내세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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