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보다 의사 부족한 건 맞는데, 왜 의협은 화가 났나

입력 2020.07.24 15:46 | 수정 2020.07.24 17:23

[김민철 기자의 복지4.0]

정부여당이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연 400명씩 늘리겠다고 하자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일방적인 의사 증원 정책을 중단하지 않으면 총파업 등을 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의협이 맞서는 몇가지 주장의 사실관계를 알아보았다.

당정은 의사를 추가 양성해 OECD 평균(3.5명)보다 낮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4명)를 끌어올리고, 지역 간 의사 수 불균형과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특수 분야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위해 늘어나는 400명 중 300명은 입학한 의대가 속한 시·도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하는 ‘지역의사’ 전형으로, 5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 등 특수전문 분야 지망으로, 50명은 기초과학·제약·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 지망으로 선발하겠다고 했다. 2000년 의약분업에 따른 의정협의 과정에서 의대 입학정원을 351명(약 10%) 감축했는데, 이를 거의 회복시키는 수준이다.

◇다른 나라도 의사 수 늘리는 추세
우리나라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보다 낮다는 것은 의사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우리나라 1000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은 반면, (저출산으로) 인구 증가율은 낮아 2038년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의협 주장 중 우리나라 1000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다는 것은 사실과 비슷하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2018년)를 보면, 최근 10년간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1%로, OECD 평균 1.3%의 2.4배 정도다.
자료=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자료=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그럼 우리나라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이 높고 인구 증가율은 낮아 2038년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은 어떨까.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산해보니 2040년대 초반쯤 우리나라 활동 의사 수가 ‘지금’ OECD 평균 정도에 도달했다”며 “그러나 그 즈음이면 OECD 평균도 증가할 것이고, 고령화로 의료 수요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이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2010년 1.98명에서 2.29명으로 늘어날 때, 같은 기간 OECD 평균도 3.13명에서 3.32명으로 증가했다(보건사회연구원 자료). 이런 점 때문에 이번 의대 정원 확대 자체에는 긍정적인 전문가들이 많다.

◇“지역 의료진 부족은 시장원리로 풀어야”
의협은 또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라며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의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억누르고 쥐어짜기에만 급급한 보건의료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별 인구 1000명당 의사수 현황(2019년). 세종, 경북, 울산, 충남, 충북 등이 낮은 편이다. 자료=보건복지부
지역별 인구 1000명당 의사수 현황(2019년). 세종, 경북, 울산, 충남, 충북 등이 낮은 편이다. 자료=보건복지부

이에대해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틀린 말이 아니다. 지역에 의사·간호사가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지 지역의사제 신설 등과 같이 자꾸 시장에 맞서는 정책을 펴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리고 말했다. 작년에 정부가 도입한 ‘공중보건장학제도’도 성공하지 못했다. 의대 재학생 중 장학생을 뽑아 연간 2040만원을 지급하고 장학금 받은 기간만큼 지방의료원 등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했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달 사태를 겪은 것이다. 박 교수는 “차라리 (조건없이) 정원이 적은 의대 입학생을 늘려주고, 고령 의사들이 지역에 내려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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