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이 언론·검찰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병대장?

조선일보
입력 2020.07.18 03:00

유명 화랑 학고재 전시회 논란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을 언론·검찰이라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병장으로 묘사한 초상화, 북한 비판 대북 전단을 바이러스로 표현한 북한 2인자 김여정의 초상화가 유명 상업화랑에 전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그림은 시사만화가 박재동(68)씨가 그린 것으로,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지난 1일 개막해 이달까지 열리는 '현실과 발언' 40주년 기념전 출품작이다. 김정헌·임옥상 등 1980년대 민중미술 동인 '현실과 발언' 멤버 16인의 작품이 나왔는데, 특히 박씨가 제작한 초상화는 현실을 왜곡해 전달할 수 있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미술계 인사는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예술성 대신 '스캔들리즘'으로 쏠리는 건 문제"라고 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전시 중인 박재동 만화가의 그림 ‘바이러스’ 연작. 김어준·정은경·김여정의 초상 뒤로 바이러스가 떠다니는 설정이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전시 중인 박재동 만화가의 그림 ‘바이러스’ 연작. 김어준·정은경·김여정의 초상 뒤로 바이러스가 떠다니는 설정이다. /정상혁 기자

문제의 초상화 제목은 모두 '바이러스'다. 코로나 사태를 은유하며 인물 뒷배경에 바이러스가 떠다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마이크를 칼처럼 걸어 맨 김어준 뒤로 주황(언론)·노랑(검찰) 바이러스, 순정만화 여주인공처럼 미화된 북한 김여정 뒤로는 김정은이 그려진 삐라가 휘날리는 식이다. 17일 전시장에서 만난 박씨는 "김어준은 마이크로 언론과 검찰이라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병대장으로 그렸다"며 "북한 김여정에게는 대북 삐라가 바이러스처럼 느껴질 것 같아 그려봤다"고 말했다. 진짜 바이러스와 싸우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초상도 두 그림 사이에 걸려 있다. 각 그림 가격은 400만원으로 책정됐다.

화제의 인물을 통해 시국을 보여준다는 의도라지만 논란의 여지가 크다. 김어준은 현 정권에 유리한 편파적 시각과 음모론으로 자주 비판받는 방송인인 데다, 김여정의 경우 지난달 삐라 살포와 관련해 남한을 맹비난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지시하는 등 판문점 선언 파기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히려 이들을 견제하는 언론과 사법부, 탈북민단체의 활동을 바이러스로 폄하했다. 박씨는 "그림을 보고 싫어하는 사람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실을 드러내려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재동씨는 지난 2018년 '미투' 폭로에 휘말려 대외 활동을 중단해왔다. 갤러리 측은 "법적으로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기에 참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 5월 광주 5·18 기념 전시에 참여하려다 비판에 직면한 뒤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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