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화내지 않을래요

조선일보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20.07.16 03:10

화내지 않을래요

앞으로 어떤 일에도
화내지 않을래요.

저수지 바닥이
드러난 걸 보니까

내 마음
바닥이 드러날까
두렵지 뭐예요.

-강수성(1940~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이 시인은 화를 잘 냈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어떤 일에도/ 화내지 않겠다'고 결심한 걸 보면. 아닐 수도 있다. 남들 화내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아 자신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일지도 모른다. 시인을 만난 적 있다. 말씨, 몸짓, 눈 깜빡임마저 조용해 화를 전혀 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어린이들에게 화내는 일은 '저수지 바닥'을 보이는 것처럼 부끄러운 일임을 일러주려는 것 같다. 물 빠진 저수지 바닥은 파란 물과 반짝이던 물결의 아름다움은 간데없고 쓰레기로 뒤엉켜 보기 흉하다. 화냄은 이처럼 흉한 마음 바닥을 보여주는 것이다. 화내지 말고 살 일이다. 화냄은 자신을 작게 만들고, 주먹을 쥐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손과 같아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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