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北 "임종석·이인영 기대 많다"

조선일보
입력 2020.07.16 03:18

1989년 7월 평양 경기장에 "지금 전대협 임수경 대표가 나왔습니다"라는 장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15만 관중의 함성과 함께 김일성과 김정일이 일어나 박수 치는 장면이 북한 TV를 채웠다.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임수경이 전대협 기(旗)를 앞세우고 붉은 꽃술을 흔들며 입장했다. "사선(死線)을 헤치고 왔다"는 소개가 이어졌다. 임수경 환영 인파는 남북 정상회담 때보다 많아 보였다.

▶'전대협 임수경 대표'가 온다는 소식을 접한 북 주민들은 '전대협'은 남자, '임수경'은 여자 대표인 줄 알았다고 한다. 임수경 방북을 계기로 북은 전대협 활동을 상세히 알렸다. '남조선 파쇼 독재'에 맞서 싸우는 세력이라고 선전했다. 화염병 시위 장면도 매일 내보냈다. 임수경을 평양에 보낸 '전대협 의장'이 임종석이라는 것도 그 무렵 북한에 널리 알려졌다. 북 선전 기관들은 임종석을 분장술에 능한 홍길동 같은 인물로 묘사하기도 했다. 임종석이 여자 옷 입고 경찰 포위를 피했다는 걸 북한에서 들은 탈북민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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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총선에서 당선된 임종석 의원은 그해 정상회담 뒷돈으로 넘어간 5억달러 대북 송금 특검 수사를 반대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통과는 북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다"고 했다. 2004년 남북경제문화협력 재단을 만들어 국내 언론사가 사용하는 북한 TV·사진 등의 저작권료를 대신 받아 북에 송금하는 일에 앞장섰다. 2018년 대통령 비서실장 때는 판문점 정상회담 등에서 '김여정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기도 했다. 북한 사람들이 임 실장을 "종석아"라고 부르는 걸 봤다는 목격담도 있다.

▶그제 북한 대남 기관의 선전 도구가 "이번 인사에서 리인영, 임종석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전대협 의장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장관 후보자가 전대협 첫 의장이다. 북에 우호적인 한국 인터넷 매체를 인용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붓는 북이 우리 고위직 인사들을 향해 '기대'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북은 두 사람에게 "우리민족끼리 철학과 미국에 맞설 용기"를 주문했다. 결국 북의 기대란 주사파 전대협 때처럼 '북한 편에 서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통일장관 후보와 대통령 안보 특보가 북한의 기대를 받는다니 뭐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들은 우리 국민의 기대는 얼마만큼 받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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