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국민 절반 "대통령감 없다"

입력 2020.07.16 03:12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지난 19대 대선 20개월 전인 2015년 9월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15%로 공동 1위였다. 그 뒤는 새정치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12%)이었다. 당시 1·2위는 나중에 지지율 부진 등으로 대선에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20개월을 남긴 시점에선 대선 판도 예측이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지난주에 한국갤럽은 후년 3월에 치러질 대선을 20개월 앞두고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24%), 이재명 경기지사(13%), 윤석열 검찰총장(7%) 등이 1~3위였다. 언뜻 보면 여당이 유리한 것 같지만 '지지 후보가 없다' 또는 '모르겠다'가 무려 44%에 달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지금으로선 20개월 후 대선의 윤곽을 알 수 없다는 조사 결과다.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나라를 맡길 대통령감이 없다'고 한 것은 후보 기근에 시달리는 야당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풍성한 인력 풀을 지닌 것으로 보이던 여당에도 불신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은 다음 대선 승리도 따놓은 당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 박 전 시장에 대한 칭송과 옹호가 이어지며 '닥치고 추모'를 강요한 것에도 '어차피 다음 선거도 또 이길 것'이란 오만이 깔려 있다. 총선 이후 윤미향 지키기, 윤석열 때리기,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국회 상임위 독식,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부동산 대책 남발 등 민심과 동떨어진 여권(與圈)의 행보가 이어지는 것도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의 결과다.

그러는 동안 문 대통령 지지율은 두 달 만에 71%에서 47%로 주저앉았다. '국정을 잘못한다'란 부정 평가는 21%에서 44%가 돼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총선 직전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코로나 효과'도 거의 다 까먹었다. 지금 같아선 박원순 사태로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2030 여성이 이탈해서 문 대통령 대선 득표율(41%) 아래로 조만간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레임덕 징후로 인해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후년 3월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이클 린치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는 저서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에서 "오만함은 파벌적일 때 가장 치명적"이라며 "오만함이란 진실 앞에서 말라 죽을까봐 겁이 나서 진실에 적개심을 품는 이데올로기"라고 했다. 진실을 외면하는 오만한 정치 집단이 사회를 쪼개고 공적 담론을 짓뭉개 버린다는 것이다.

여권은 조국, 윤미향, 박원순 등 의혹 때마다 '우리가 무조건 옳다'며 '내 편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 그럴수록 국민의 눈높이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빨리 오만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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