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틱톡·위챗 못쓰나...'앱 전쟁' 번지는 미중분쟁

입력 2020.07.15 17:58

미국, " 보안 문제 커, 사용 금지 가능"
중국, 홍콩서 해외 앱 차단 나설 조짐도

틱톡/블룸버그
틱톡/블룸버그

‘틱톡 데이터가 중국 군대와 당(黨)으로 흘러들어 간다고? 염치없는 거짓말이 또 늘었다.’

지난 13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華春瑩)은 자신의 트위터에 ‘그렇게 힘을 뽐내던 미국이 언제 젊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유쾌한 앱을 두려워할 만큼 나약해졌냐’며 미국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산 소셜미디어 앱에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직후였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 국민메신저 앱인 ‘위챗’과 짧은 동영상 앱 ‘틱톡’을 “중국 본토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검열 방식”이라며 “가입자의 정보를 곧바로 중국 공산당과 군대로 전송하는 스파이 행위를 오랜 기간 해왔다”고 주장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트위터 캡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트위터 캡처

미·중 무역전쟁의 전선이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ZTE 등 통신장비 업체를 둘러싼 양국의 테크 하드웨어 전쟁이 올 초 인공지능(AI)·안면인식 등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번졌고,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앱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미국이 중국 앱에 칼을 뽑자, 중국도 홍콩에서 미국 앱 퇴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중국 앱

미국이 중국 앱을 공격하는 논리는 앞서 화웨이를 공격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사용자의 민감한 데이터와 개인정보를 허락 없이 중국 정부에 전송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틱톡 금지는 우리가 관심 갖는 사안이 맞다. 코로나 바이러스 등 중국이 세계에 한 짓은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라며 ‘바이러스 책임론’까지 들고 나서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안보 우려에 따라 ‘틱톡 퇴출’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13일 미국 대형은행인 웰스파고는 직원들에게 업무용 기기에서 보안 우려가 있는 틱톡을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난 10일에는 아마존이 임직원에게 틱톡 삭제를 지시했다가 틱톡 측 항의로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블룸버그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블룸버그

최근 중국과 국경 분쟁 지역에서 유혈 충돌 사태를 빚은 인도는 보복 조치로 지난달 29일 중국산 앱 59개 사용을 금지하고 나섰다. 리스트에 오른 앱은 틱톡·위챗을 비롯해 웨이신(중국판 트위터), QQ뮤직(중국판 멜론), 메이투(카메라), 클래시오브킹즈(게임) 등 다양하다. 그중 틱톡은 인도에서만 1억 2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주류 소셜미디어다.

호주도 의회 차원에서 중국 앱들의 개인 데이터 수집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도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틱톡에 과징금 1억 8000만원을 부과했다.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수집하고, 해외로 이전해 현행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시나닷컴 등 현지 매체는 “한국마저 미국 손을 들고 중국 서비스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홍콩에서 불온한 해외앱들 차단”

중국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만리방화벽’을 세워 미국산 인터넷 서비스를 본토에서 차단해왔다. 이번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이 그나마 미국 앱이 사용 가능했던 홍콩에도 방화벽을 세우고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강행하며 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대표 인터넷기업이 “홍콩 경찰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 빌미가 돼 이들을 포함한 트위터·링크드인·왓츠앱 등 미국 앱 서비스가 모두 차단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앱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애플은 이미 중국 정부 압박에 대대적인 ‘앱 삭제’에 나서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4일 하루에만 ‘불법 게임앱’ 2394개가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이 갑자기 “결제 기능이 포함된 게임앱은 모두 중국 정부의 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새롭게 내세우며 애플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 아츠는 중국의 새로운 규정에 따라 자사 모바일 게임 ‘스타워즈: 갤럭시 오브 히어로즈’가 더 이상 중국에서 서비스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미·중 앱 전쟁 승자는
중국 광둥 선전시에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 조형물./블룸버그
중국 광둥 선전시에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 조형물./블룸버그

미·중 양국이 공격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IT업계에선 결국 중국이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인터넷 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 본토 시장에서 차단됐고, 750만명 규모의 홍콩 시장을 잃어도 큰 타격은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과 인도 등 십 수억명 규모의 시장을 잃어버릴 위기다. 중국 푸단대 국제관계학 교수 선이(沈逸)는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젊은 층이 틱톡에서 트럼프 선거 캠페인 행사에 ‘단체 노쇼’ 운동을 벌이자 눈엣가시가 된 것”이라며 “실제로 미국이 중국산 앱을 차단하고 나설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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