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검사도 불신하는 검찰 수사

입력 2020.07.15 03:14

신은진 산업1부 차장
신은진 산업1부 차장
채널A기자 강요 미수 의혹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받은 한동훈 검사장이 13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것이 삼성 안팎에서 화제다. 한 검사장은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유출되고, 수사의 결론을 미리 제시하는 수사팀 관계자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수사심의위 개최를 신청했다.

3년 6개월 전, 한 검사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의 부장검사였다. 2017년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특검팀의 수사 상황은 현재 친여(親與) 언론들에 거의 실시간으로 유출돼 기사화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런 기사들로 형성된 여론을 등에 업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대치했던 한 검사장과 이 부회장이 지금은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며 비슷한 처지가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만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초 수사심의위 개최를 요구했고, 수사심의위는 10대3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 일각에서 편파 수사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 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검찰은 이 결정에 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 등과 관련,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 회계,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심의위는 분식 회계에 대해 '국제 회계 기준 변경'이라는 요인이 있었고, 주가조작에 대해서도 '정상적 경영 활동'으로 조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 경영진이 검찰 주장처럼 주가 흐름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시가총액 3위로 급등한 지금 합병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1년 8개월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 수색을 했고, 110여 명을 430여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그런데도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밀어붙이는 게 검찰의 역할일까. 최순실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은 4년 가까이 이어져 특정 기업과 특정 기업인이 이처럼 장기간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 '최고의 특수 검사'였지만, 재계에서는 '무리한 수사'로 공포의 대상이었던 한 검사장조차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며 외부(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나선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권력의 충견" "검찰 지상주의가 최우선인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검찰의 숨기고 싶은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