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된 터키 성소피아 성당...85년 만에 다시 모스크로

입력 2020.07.11 10:05 | 수정 2020.07.11 10:22

10일(현지 시각) 관광객들로 붐비는 성소피아 박물관(왼쪽) 내부와 이날 TV 연설로 성소피아 박물관의 모스크로 전환을 발표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AP 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각) 관광객들로 붐비는 성소피아 박물관(왼쪽) 내부와 이날 TV 연설로 성소피아 박물관의 모스크로 전환을 발표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AP 연합뉴스

터키가 전 세계의 우려에도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Hagia Sophia) 박물관을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바꾸기로 했다. 성소피아 박물관은 약 1500년 전 성소피아 대성당으로 세워졌다가 오스만 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뒤 황실 전용 모스크로 개조됐다. 오스만 제국이 멸망한 뒤에는 터키 공화국의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의 명령에 따라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그런데 최고행정법원이 이 같은 결정이 불법이라고 판결하면서 모스크 전환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다만 터키 정부가 모두에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무슬림(이슬람 교도)이 아닌 경우에도 방문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법원이 국부 케말 파샤 결정 무효화

미국 CNN과 영국 BBC,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은 10일(현지 시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역사적인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하라고 명령했다”며 “박물관으로 개조를 명령한 1934년 대통령령을 무효화한 법원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최고행정법원은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1934년 내각 결정과 관련해 “성소피아는 그 성격이 모스크로 규정됐고 그 외의 사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모스크로 사용을 종료하고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규정한 1934년 내각 결정은 법률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10일(현지 시각) 관광객들이 성소피아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각) 관광객들이 성소피아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 에르도안 TV로 모스크화 결정 밝혀

판결 직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드로안 터키 대통령은 성소피아의 관리 권한을 문화부에서 종교부로 이전하는 명령을 발동했다. 에르도안은 작년 5월 이스탄불 시장 선거 당시 여당 후보를 지원하며 성소피아의 모스크화를 약속했다. (관련 기사 : 에르도안, 정치 기반 흔들리자 아야 소피아를 "사원으로 복구하겠다") 에르도안은 이날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연설에서 이번 결정을 존중하라고 촉구하면서 “오는 24일부터 신도들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으로서의 지위가 바뀌었기 때문에 입장료는 없앨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모스크와 같이 성소피아의 문은 무슬림이든 아니든 모두에게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인의 유산으로서 성소피아의 새로운 지위는 모든 사람들은 더욱 신실하게 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소피아가 포함된 ‘이스탄불 역사지구’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해마다 성소피아를 방문하는 관광객만 400만에 이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제기되는 모든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성소피아는 터키 주권에 따라 사용될 것이며 우리는 의견 개진 이상의 모든 움직임은 주권 침해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브라힘 칼린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지 통신사와 인터뷰에서 “성소피아는 세계유산으로서의 역할을 항상 수행할 것”이라며 “예배가 국·내외 관광객의 방문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터키는 건물에 있는 기독교 상징물을 보존할 것”이라고도 했다.현재 성소피아에는 성화(聖畫) 등 각종 기독교 상징물이 전시돼 있다.
10일(현지 시각) 터키 성소피아 박물관 바깥에서 무슬림들이 최고행정법원의 결정을 축하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각) 터키 성소피아 박물관 바깥에서 무슬림들이 최고행정법원의 결정을 축하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 정교회 국가 그리스·러시아 등 반발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이자 정교회 국가인 그리스는 라니 멘도니 문화부 장관이 “전 문명 세계에 대한 공개적인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성소피아는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가 537년 재건한 비잔틴 양식의 정수로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동로마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그리스 정교회 성당으로 쓰였다. 세계 최대 정교회인 러시아 정교회도 성지의 모스크화에 유감을 표했다. 러시아 정교회 측은 “이 같은 결정이 더 큰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유네스코도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성소피아는 수세기 동안 유럽과 아시아의 교류를 증명하는 독특한 유산”이라며 “박물관으로서의 지위는 해당 유산의 보편성 등을 반영해 왔다”고 했다. 유네스코 측은 “유네스코와 사전 협의 없이는 어떠한 결정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전날 내놓은 성명에서 “성소피아는 종교와 전통, 역사의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의 모범 사례”라며 “모든 사람이 성소피아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현지 시각)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민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왼쪽)과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오스만 제국 메흐메드 2세 술탄의 초상화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각)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민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왼쪽)과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오스만 제국 메흐메드 2세 술탄의 초상화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 터키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

터키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은 이번 결정이 세속 무슬림 국가로서 터키인들이 가졌던 ‘자긍심’을 앗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나같이 세속적인 터키인 수백만이 이에 반대하며 울고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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