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한동훈 휴대폰' 다 열어보자

입력 2020.07.11 03:16

박국희 사회부 기자
박국희 사회부 기자
채널A 기자와 '결탁'했다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의 상대방인 '윤석열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를 서울중앙지검이 압수 수색하자, 친정부 매체인 모 신문사 기자들이 떨고 있다는 이야기가 서초동 일대에 퍼졌다. 2년 전 한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사법 농단 수사를 지휘할 때, 이 신문에서 유독 많은 단독 기사가 나왔는데 이게 모두 한 검사장이 건네준 정보 아니었느냐는 항간의 추론에 빗댄 얘기였다.

작년 3월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검찰 재수사를 앞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인천공항에서 밤 12시쯤 태국으로 몰래 나가려다 붙잡혔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이 신문에 전날 밤 상황이 고스란히 실렸다. 사건을 주시하던 검사들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였다. 김 전 차관이 공항에서 도망치는 장면은 친정부 성향 방송 두 곳에만 생생하게 찍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전 차관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뒤 일이었다.

당시엔 해당 기자들이 열심히 취재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MBC가 주장하는 채널A 기자의 '검·언 유착' 시나리오를 보다 보면 그때 역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치기' 위해, 김학의 전 차관을 '잡기' 위해 특정 기자들과 검찰 간부가 짜고 친 것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조국 전 장관이 지난해 자기 가족 수사를 앞두고 공보 준칙을 새로 만들어 검사와 기자의 접촉을 금지하기 전까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대변인 역할을 했다. 당연히 MBC 기자들도 한 검사장과 수많은 통화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MBC 기자가 한 검사장과 통화한 것은 '취재'이고,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 통화한 것은 '공모'인가.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은 오히려 'MBC 함정 취재' 의혹 사건이란 말이 나올 만큼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채널A 기자가 취재하려던 이철 전 VIK 대표의 오랜 친구라며 대리인 행세를 한 사기 전과자 지모씨는 취재 기간 이씨를 대면한 적도 없었다. MBC는 채널A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실제로 검찰이 이씨를 불러 조사했다면서 이씨가 공포에 질렸다고 했지만, 이씨 개인 횡령 건으로 1년 전부터 예정된 조사였다. MBC는 채널A 기자가 이씨에게 보낸 '협박 편지'가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으로 공모 증거라고 했지만, 법조 기자 누구나 아는 내용이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걸 알아서일까. 추미애 법무장관과 여권은 자세한 얘기는 거두절미하고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만 들먹이며 윤 총장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압수당한 한 검사장 휴대전화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차라리 국정 농단, 사법 농단 수사 때부터 쓴 한 검사장의 모든 휴대전화 기록이 공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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