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문 정권 부동산 정책 괴상망측 블랙코미디

입력 2020.07.03 18:08


어제 오늘 한국일보 기획 1면 머리기사를 보여드린다. 오늘은 이렇게 돼 있다. ‘586 여당 중진들 재산, 공식처럼 ‘1억→10억’…상위 20% 수준’. 기사 본문을 살펴본다. "(여당) 의원 재직기간 중 이들의 재산을 연도별로 확인한 결과 약속이나 한 듯 취임 초기 1억 원 정도에서 출발해 지금은 10억 원 안팎으로 재산을 불린 의원들이 다수였다." ‘약속이나 한 듯’, 마치 ‘공식처럼’, 이들이 재산을 불려가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이런 대표적인 여당 정치인의 이름을 부제목으로 적시했는데 본문은 이렇게 돼 있다. "이인영·조정식 의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등이 ‘1억→10억’ 변화의 주인공들이다."

이 신문은 "10년 이상 국회의원을 지낸 586 여당 정치인들의 초선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재산변동 흐름을 분석해 이들이 경제적으로도 기득권층으로 불릴 만 한 지 살펴봤다"고 했다. 자칭 민주화의 상징처럼 군림했던 운동권 ‘586’들, 5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생, 처음 30대였을 때는 ‘386’으로 불리다가, 지금은 586이 되어버린 이 세대들은 벌써부터 ‘정치적 기득권’일 뿐만 아니라 이미 경제적으로도 상위 20% 기득권이 됐다는 뜻이다. 어제 한국일보 7월2일자 1면 머리기사는 이렇게 돼 있다. ‘다선 의원(여야 3선 이상 98명), 첫 당선 후 재산 18억 불렸다.’ 정말로 많은 국민들은 다리에 힘이 풀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괴상망측 블랙코미디’처럼 보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억→10억’이란 재산 증식이 상징하는 대표 인물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스물 몇 번째로 6·17 부동산 대책이란 것을 내놓았는데, 주택 시장은 이것을 또 한 번 비웃기라도 하듯 고공행진으로 들썩이자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김현미 장관에게 ‘긴급보고’를 받았다면서 "발굴해서라도 주택공급을 늘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주택 시장의 흐름이 어제 오늘, 한 달 두 달 사이에 생긴 현상도 아닌데, 마치 무슨 북한도발 대응 군사작전이라도 되는 듯 ‘긴급보고’를 받았다는 것도 어쩐지 마뜩찮은 ‘생쇼’ 같아 보이는데다가, 그 대책이라는 것도 시장이 전혀 놀라지 않는 내용이다. 마치 국가대표 축구팀에게 골을 많이 넣어 반드시 승리하라고 당부했다던 과거 어느 대통령처럼, 주택공급 늘려 집값 잡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 가진 중산층을 마치 죄인 취급하면서 무조건 세금으로 때려잡고 대출을 틀어막으려 하는 것보다는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물량만큼 공급을 늘리는 것이 최상의 부동산 대책이라고 그토록 목이 쉴 만큼 외치고 또 외쳤건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마치 이제야 묘책을 발견이라도 한 듯 긴급 보고를 받았다고 하고, 공급을 늘리라고 했다는 ‘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 시장은 콧방귀도 안 뀐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종부세 즉 보유세를 강화하라고 했다는데 부동산 시장이 일단 압박은 받겠으나 이미 과거에도 종부세를 경험할 만큼 경험한 뒤라서 면역력이 그만큼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 본인도 김현미 장관에게 이거 하라, 저거 하라면서 몇 가지 지시를 했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마음대로 움직일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전혀 먹히지 않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부동산 시장과 청와대다. 왜냐하면 이 정권은 시장의 흐름과는 반대 처방을 줄기차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대책과 지시만 발표하면 효과는 거꾸로 나타나곤 했다.

대통령 지시가 전혀 먹히지 않는 곳은 청와대와 대통령 측근이다. ‘괴상망측 블랙코미디’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보여줬다. 그는 어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다주택자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달 중으로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처분하라." ‘강력 권고’했다고 돼 있다. 아마 청와대 ‘나으리’들, 그리고 그 사모님이나 사부님들은 콧방귀도 안 뀌고 있을 것이다. 그 블랙코미디는 노영민 실장 본인이 먼저 보여줬다. 노 실장부터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충북 청주시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청와대는 당초 노 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밝혔다가 50분 만에 "청주 아파트를 매각할 것"이라고 정정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청주 사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값으로만 따지면 반포와 청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서 노 실장의 ‘50분짜리 삐에로 단막극’을 봐야 하는 국민은 한없이 서글플 뿐이다. 청주에서 3선 의원을 한 노 실장은 2022년 충북도지사 후보로도 거론된다고 하니 청주 집도 필요하겠지, 그리고 서울 반포 아파트에는 아들이 살고 있다 하니 그 또한 팔기 힘들겠지, 이렇게 이해해주고 싶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긴급보고를 받고 엄숙하고 굳은 표정으로 직접 나서서 "집값 잡겠다"고 호언을 하고 있던 그 그날 그 시각에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청와대는 싱그러운 7월을 국민을 웃기면서 시작하고 있다.

오늘 동아일보 2면에는 ‘매각 권고 대상 청와대 고위공직자 주택 보유 현황’이라는 도표가 실렸다. 맨 위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다. 그 밑이 김조원 민정수석인데, 강남구 도곡동 1채, 송파구 잠실동 1채, 대한민국 최고 금싸라기 요지에 있는 아파트 2채로 지난3년 시세차익이 11억3500만원이다. 이어서 이호승 경제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강민석 대변인, 그리고 시세차익 16억6500만원으로 1등을 차지한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에 이르기까지 12명이다. 제주에 오피스텔 4채 가진 석종훈 비서관은 오히려 애교 수준이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도대체 무슨 낯으로 국민들 앞에서 다주택자 중과세 운운하며 대책 발표를 하고 있는지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단이다. 한국일보 기획 특집에서 보듯 본인들은 일반국민보다 9배, 10배 부동산 재산을 늘렸으면서, 본인들은 아직도 두 채 세 채 황금알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지금 도대체 국민들에게 무슨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가. 제 자식에겐 유기농 청정 식품 먹이면서 다른 집 자식에게 불량식품 팔아서 치부하는 악덕 기업주랑 뭐가 다른가. 북한이 쳐들어오면 "최전선을 사수하라, 우리도 곧 그리로 달려간다", 이렇게 외쳐놓고, 정작 본인들은 제일 먼저 부산과 제주로 도망가 있을 사람들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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