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에 180명 체포, 홍콩사람들은 666법이라 부른다

입력 2020.07.01 18:08 | 수정 2020.07.01 20:41

뭐가 어떻게 달라지길래...

1일 경찰에 연행되는 홍콩 시위대의 모습/AP 연합뉴스
1일 경찰에 연행되는 홍콩 시위대의 모습/AP 연합뉴스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첫날인 1일, 홍콩에서 180명이 체포됐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홍콩에서 하루 동안 시위 참가자 180여명이 체포됐고, 이 중 7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독립’을 외치거나 ‘홍콩국’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든 사람들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됐다. 레이먼드 찬 홍콩 입법회(국회 격) 야당 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도 시위에 참석했다가 체포됐다. 이날 홍콩 시민단체와 야당 인사들은 경찰의 집회 불허 통보에도 불구하고 수십·수백명씩 도심 곳곳에 모여 홍콩보안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홍콩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했다.

홍콩의 매체들은 홍콩보안법에 ‘666법(666條文)’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빈과일보는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과시킨 법은 ‘666 법’”이라고 했다. 법안이 ‘6장 66조’로 구성된 데서 착안한 것이다. ‘666’은 여러 영화나 소설에서 악마의 숫자로 써왔다. ‘보안법은 악마의 법’이라고 조롱한 셈이다.

왜 보안법을 악마의 법이라고 부를까. 반중(反中) 활동을 감시·처벌하겠다며 홍콩의 체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입법회(의회) 야당 의원들은 1일 기자회견에서 보안법의 시행이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종말”이라고 했다. 일국양제는 중국이 50년간(1997~2047년) 독립된 홍콩 체제를 인정하기로 한 약속이다.
홍콩경찰이 펼쳐보인 '홍콩보안법' 위반 경고깃발. 독립 구호를 외치거나 깃발을 흔들면 홍콩 보안법에 따라 처벌 가능하다고 쓰여져 있다./홍콩경찰
홍콩경찰이 펼쳐보인 '홍콩보안법' 위반 경고깃발. 독립 구호를 외치거나 깃발을 흔들면 홍콩 보안법에 따라 처벌 가능하다고 쓰여져 있다./홍콩경찰
◇대규모 시위 차단

보안법은 홍콩 내 반중(反中) 활동을 철저하게 차단한다. 법안의 4개 죄목은 각각 국가 분열죄·정권 전복죄·테러 활동죄·외세 결탁죄인데, 이에 따르면 시위나 조직 활동 대부분이 불법이 된다. 의회 건물을 점거하면 ‘정권 전복죄’가 적용되고,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정당·사회단체를 조직하면 ‘국가분열죄’에 걸린다. 과격한 시위는 ‘테러 활동죄’로 처벌되고, 홍콩 기업인이 미국 의원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하면 ‘외세와 결탁해 안보를 위협한 죄’를 범한 게 된다. 법을 위반한 경우 최고 무기징역에 처한다.

◇반중 인사 활동 제한

반중 운동의 구심점이 됐던 홍콩 민주화 인사들은 정치 활동이 묶이게 됐다. 보안법을 어겨 유죄를 받은 사람은 그 순간부터 홍콩 의회·구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공직을 맡고 있다면 즉각 물러나야 한다. 오는 9월 홍콩 입법회(국회) 선거를 앞두고 야당 인사들에게 ‘입마개’를 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단체들도 설 자리가 없어졌다. 벌써부터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진 해산하는 상황이다.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해온 조슈아 웡이 이끄는 데모시스토당도 보안법이 통과된 지난달 30일 해산했다. 홍콩 내 반중 진영이 흩어지고 있는 것이다.

◇홍콩 고유의 사법체계 훼손

홍콩의 독립된 사법체계가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안법은 중대 국가 보안 사안의 경우, 중국 정부가 직접 홍콩에서 수사하고 중국으로 피고인을 보내 재판 받을 수 있게 했다. 지금껏 홍콩 사람은 홍콩의 사법 체계 안에서 보호 받아왔는데, 중국이 직접 홍콩인을 수사·재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AFP통신은 “홍콩의 독립적인 사법 시스템과 법치주의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했다.

홍콩 피고인을 중국으로 보내는 절차가 허술한 것도 문제다. 중국이 홍콩에 설치하는 안보기관인 ‘국가안전공서’가 홍콩 정부에 “이 사람을 중국에서 재판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중국 정부가 최종 비준한다. 홍콩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홍콩인을 중국 재판장에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보안법은 범죄 행위나 결과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홍콩에서 이뤄진 경우 홍콩 내 범죄로 간주한다. 속지주의를 택하는 기존 홍콩 법과 다르다. 처벌 대상을 최대한 넓힌 셈이다.

◇감시·통제 사회로 돌입

홍콩의 언론·인터넷 감시도 강화할 예정이다. 보안법은 “학교·사회단체·언론·인터넷 등의 국가 안전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지도·감독·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빈과일보는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콩 시민들은 일상 감시 사회에 들어서게 됐다. 홍콩 경무처(경찰청 격) 아래에 보안법 전담 부서를 만들어 정보를 수집하고 사건을 수사하기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의 휴대폰 이용 기록은 물론이고, 비밀 경찰의 감청과 미행도 가능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의 범민주진영은 “자유를 누려온 홍콩이 자유를 잃게 됐다”고 한다.

◇외국인은 위반하면 추방

보안법은 홍콩인들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외국인들도 적용 대상이다. 보안법은 홍콩 영토 내에서 법안이 규정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 모두를 처벌한다고 규정했다. 홍콩에 잠시 여행 온 사람들도 보안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보안법을 어긴 외국인에게 추방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 거주해온 외국인들은 추방될 경우 일자리를 잃거나 홍콩에 묶인 재산 처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타격이 크다.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최초로 체포된 남성/홍콩경찰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최초로 체포된 남성/홍콩경찰
중국은 보안법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 오해라고 주장한다. 장샤오밍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부주임은 1일 기자회견에서 “공산당을 욕해도 된다. 하지만 행동에 주의해 홍콩에서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덩샤오핑의 말을 인용하며 “보안법은 홍콩 반대파 정치인을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빈과일보는 “홍콩을 중국 품에 안겨준지 단 23년만에 일국양제의 관이 닫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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