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차별" 벌금형 받은 경영진 항소심서 무죄

입력 2020.07.01 17:47

1심은 '부당노동행위'로 벌금 500만원
항소심은 "차별적 조건 제시 근거부족"

복수노조가 있는 회사에서 특정 노조를 차별 대우하고 노조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영자들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김관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화학업체 사장 A(60)씨와 부회장 B(51)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울산지법 전경.
/울산지법 전경.

판결문에 따르면 A씨 등이 경영하는 회사는 2015년부터 호봉제 폐지와 성과급 지급기준 변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안을 놓고 노조(1노조)와 교섭을 진행했으나, 노사 의견 차이로 합의를 못했다. 1노조는 이후 약 3개월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2016년 5월 이 회사에 새로운 노조(2노조)가 설립됐다. 회사는 같은 해 9∼10월 2개 노조와 단체협상 교섭을 시작했다. 그 결과 1노조와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2노조는 회사의 단체협상을 대체로 수용해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

회사는 두 노조에 “회사가 제시한 단협안에 합의하면 경영성과급 310%와 취업규칙 개선 격려금 100%를 지급하겠다”는 추가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회사 측이 사실상 1노조의 반대, 2노조의 수용이 예상되는 차별적인 조건을 내건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2노조는 조건을 받아들였고, 해당 노조 조합원은 경영성과급 등을 받았다.

A씨와 B씨는 두 노조를 차별적으로 취급해 1노조 조합원들이 집행부에 불만을 갖고 탈퇴 결심을 하도록 하는 등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부당노동행위는 1노조의 단결력, 조직력, 협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면서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회복하고,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그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과 A·B씨 모두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 등이 담긴 취업규칙 개정에는 1노조원 73%가 동의했으므로 1노조가 추가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추단할 수 없는 점, 2노조 요구 조건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므로 2노조가 수용하지 않았을 가능성 역시 상존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회사가 두 노조에 차별적인 조건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단체교섭 결과로 두 노조에 근로조건 차이가 발생한 배경에 1노조 교섭력을 줄이거나 노조원을 탈퇴시키려는 회사의 의도가 있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라면서 "피고인들에게 반노동조합적 의도나 지배 개입 의사가 존재했는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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