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지칭 단어, '니그로'에서 대문자 B의 블랙(Black) 되기까지

입력 2020.07.01 17:03 | 수정 2020.07.01 17:15

미 언론 매체에서 ‘흑인’ ‘흑인 문화’를 뜻하는 형용사나 명사로 ‘블랙(black)’을 쓸 경우에, 소문자 b를 대문자 B로 쓰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언론의 문장·문법 교본과도 같은 AP 통신사의 스타일북(Stylebook)은 지난 19일 ‘블랙’을 인종·민족·문화적 맥락에서 쓸 경우에는 대문자 B를 사용해 ‘Black’으로 쓰기로 방침을 바꿨다. AP 스타일북의 이 정책 변경은 미 최대 신문사인 USA 투데이와 NBC 방송, MSNBC,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 등이 최근 흑인의 정체성(正體性)·문화를 지칭하면서 ‘블랙’을 사용할 때에는 ‘Black’이라고 쓰기로 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물론 단순히 ‘검정’과 같은 색(色)을 나타낼 때에는 소문자 b를 계속 사용한다. 워싱턴포스트도 경우에 따라서 B를 대문자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역사에서 ‘흑인’을 어느 단어로 표현하고, 어떻게 표기할 것이냐는 계속 논란의 대상이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지칭하는 단어는 ‘니그로(negro)’에서 ‘칼러드(colored·有色)’를 거쳐 ‘아프로-아메리칸’ ‘블랙(black)’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 등으로 바뀌었다.
흑인 남성과 여성에게 붙인 '엉클'과 '앤트'는 애초 미스터,미세스 경칭 없이 그들을 퍼스트네임으로 부르기 위한 칭호였다./조선닷컴
흑인 남성과 여성에게 붙인 '엉클'과 '앤트'는 애초 미스터,미세스 경칭 없이 그들을 퍼스트네임으로 부르기 위한 칭호였다./조선닷컴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세기 초에는 ‘니그로(negro)’가 당시로선 흑인을 뜻하는 가장 현대적인 단어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1900년 인구 센서스에서 피부색 분류에 ‘니그로’가 공식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신문은 여전히 ‘흑인 노인’을 경멸적인 ‘올드 다키(old darkey·늙은 검둥이)로 보도하기도 했다. 또 백인 어린이들조차 일상 생활에서 나이든 흑인 여성이나 남성에게 ‘미세스’ ‘미스터’와 같은 존칭을 쓰지 않으려다 보니, ‘엉클 샘’처럼 무조건 퍼스트네임에 ‘엉클(Uncle)’이나 ‘앤트(Aunt)‘를 붙여 불렀다.

1920년대에 전미(全美)유색인종협회(NAACP)는 존중의 차원에서 ‘니그로’의 n을 대문자 N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1930년 뉴욕타임스가 처음으로 ‘Negro’라고 썼다. 그러나 1960년대 미 블랙파워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니그로’는 덜 쓰이게 됐고, 1980년대 이후에는 ‘아프리칸-아메리칸’이 기존의 ‘블랙’보다 더 품위있는 단어로 많이 쓰이게 됐다. 문제는 ‘아프리칸-아메리칸’이 아프리카 출신이 아닌 다른 흑인들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다시 ‘블랙’이 돌아왔지만, 이번엔 ‘black이냐 Black이냐’의 논란에 휩싸였다. 인종·문화를 나타낼 경우 ‘Black’을 쓰자는 주장은 진작부터 나왔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백인’에겐 ‘White’로 쓰자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인종차별적인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종종 자신들을 대문자 W로 표현해 문제가 됐다. 그러다가 미니애폴리스 경찰에게 목이 눌려 살해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Black’이 힘을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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