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내 자세 어떠니...운동도 구독한다

입력 2020.07.01 17:58

거울을 통해 원격 피트니스 강습을 하는 스타트업 미러(Mirror) 가 6000억원에 팔렸다. 별 쓸모없이 가격만 비싸 ‘비싼 옷걸이’라고 조롱받던 실내 자전거에 22인치 원격 피트니스 강습용 모니터를 달았더니 세계에서 260만명 회원이 몰리며 조(兆) 단위 매출을 기록한 회사도 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피트니스 업계에서 최근 벌어진 변화들이다. 피트니스센터가 문을 여는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가야 했던 ‘오프라인’ 피트니스 산업이 디지털과 접목하며 진화하고 있다. 수익 모델도 운동기구와 운동복을 파는 일회성을 넘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독경제’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구독경제는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신개념 유통서비스다.

◇디지털 거울 삼킨 ‘요가복계 샤넬’

룰루레몬이 인수한 디지털 홈트 거울 '미러'. /미러
룰루레몬이 인수한 디지털 홈트 거울 '미러'. /미러
캐나다의 고급 피트니스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미국의 디지털 피트니스 스타트업 미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5억달러(약 6010억원).
미러는 거울을 파는 회사다. 평상시엔 기다란 벽걸이 거울이지만, 전원을 켜면 신나는 음악과 함께 피트니스 강사가 등장하는 ‘40인치 디지털 거울’이 된다. 마치 개인 강습 받듯 거울 속 강사와 1대1 소통하며 운동·명상 등을 따라 할 수 있는 이른바 ‘홈트(홈 트레이닝) 거울’이다. 거울에 달린 카메라가 내 모습을 촬영, 전송해 실시간으로 자세를 교정받을 수 있다. 스마트워치, 심박센서 등을 착용하면 운동량을 측정해 거울에 수치를 보여준다. 거울 값(1495달러·약 180만원)도 비싸지만, 이 회사의 주요 수익원은 월 39달러(약 4만7000원)짜리 운동 강습 프로그램 구독이다. 프린터보다는 소모품인 잉크를 파는 게 주된 비즈니스인 프린터 업계와 비슷하다.
미러를 인수한 룰루레몬은 요가복, 트레이닝복 등을 판매하는 북미 유명 의류 브랜드다. 고급 소재를 사용한 고가(高價) 제품으로 ‘요가복계 샤넬’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의류 사업과 시너지를 꾀하면서 ‘구독경제’라는 탄탄한 미래 먹거리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수 발표 다음날 주가는 6% 상승했다.

◇‘피트니스계 넷플릭스’ 펠로톤

22인치 화면을 통해 유명 피트니스 강사와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실내 자전거 '펠로톤'. /펠로톤
22인치 화면을 통해 유명 피트니스 강사와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실내 자전거 '펠로톤'. /펠로톤
피트니스 업계의 디지털 대표 주자는 뉴욕에 본사를 둔 펠로톤(Peloton)이다. 22인치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고급 실내 자전거가 주력 상품이다. 집에서도 유명 스피닝(음악·율동 등을 곁들인 실내 자전거 운동) 강사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운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뉴욕 스튜디오에서 자체 제작하는 1만개 이상의 실시간, 녹화 방송이 핵심 자산이다. 이용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강사, 운동 시간(5~90분), 음악 장르(힙합~클래식락) 등을 마음대로 골라 운동할 수 있다. ‘피트니스계 넷플릭스’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원하는 스피닝 강사, 운동 시간, 음악 장르 등 마음대로 수업을 고를 수 있는 월 39달러짜리 '펠로톤'의 프로그램. /펠로톤
원하는 스피닝 강사, 운동 시간, 음악 장르 등 마음대로 수업을 고를 수 있는 월 39달러짜리 '펠로톤'의 프로그램. /펠로톤
주 수입원은 역시 월 39달러짜리 멤버십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싼 자전거 가격(2245달러·약 270만원)에도 꾸준히 지갑을 열고 있다. 전 세계 회원 수는 260만명 이상, 구독 연장률은 93%다. 작년 매출은 1조원을 넘겼다.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작년 9월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코로나로 수요가 더 몰리면서 올해 2조원 가까운 매출이 예상된다.
센서가 부착된 글러브로 대형 샌드백을 치면 펀치의 속도, 강도 등을 측정해 원격 코치를 제공하는 '파이트캠프'. /파이트캠프
센서가 부착된 글러브로 대형 샌드백을 치면 펀치의 속도, 강도 등을 측정해 원격 코치를 제공하는 '파이트캠프'. /파이트캠프
비슷한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219달러(약 147만원)짜리 디지털 샌드백을 센서 달린 복싱 글러브로 때릴 때마다 펀치의 속도·강도를 측정, 원격 코치해주는 파이트캠프도 그런 예다. 이 제품 역시 월 39달러 멤버십이 주 수익원이다.

◇집에서 ‘사회’ 경험…기업은 데이터 확보

집에서도 유명 피트니스 강사, 전 세계에서 접속한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운동할 수 있는 '펠로톤'. /펠로톤
집에서도 유명 피트니스 강사, 전 세계에서 접속한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운동할 수 있는 '펠로톤'. /펠로톤
피트니스 업계의 변화는 단지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최고의 강사와 운동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기본 욕구를 충족한 것이 주 요인이다. 굳이 이른 새벽에 눈 비벼가며 강남의 유명 피트니스 클럽을 찾지 않아도 얼마든 최상의 운동 경험을 할 수 있다. 코로나는 이런 잠재 수요를 발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끌었다.
디지털 피트니스 제품은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하면서도 남들과 교류하는 ‘사회적(social) 경험’을 할 수 있다. 강사의 실시간 격려와 피드백을 받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고, 요가 동작을 취하고, 샌드백을 때린다. 또 세계 각지에서 접속한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순위 경쟁을 하고, 친구 관계를 맺으며 소통할 수 있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배지를 지급해 동기를 부여한다. 마치 소셜미디어하듯, 게임을 하듯 중독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구독자 이탈을 막는 것이다.
기업은 구독을 통해 소비자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이용자의 운동 패턴을 지켜보면, 이 회원이 한 달 뒤 구독 만기 때 연장을 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 나이키도 지난해 월 20달러를 내면 연간 어린이 운동화 4켤레를 정기 배송해주는 ‘어드벤처 클럽’이란 구독 모델을 선보였다.
구독경제 용어를 만든 티엔 추오는 자신의 저서(Subscribed)에서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이 아닌 서비스와 지속적인 개선을 원한다”며 “디지털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