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게 죄냐? 시진핑 닮았다고 검열대상 오른 성악가

입력 2020.07.01 14:55 | 수정 2020.07.01 15:05

중국 류커칭, 틱톡·웨이보 계정 차단돼

/EPA 연합뉴스 웨이보
/EPA 연합뉴스 웨이보
위 사진 속 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 아니다. 왼쪽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른쪽은 시 주석 닮은 꼴로 검열 대상에 오른 중국의 성악가 류커칭이다.

중국의 한 성악가가 시진핑 주석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검열 대상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중국 성악가 류커칭(63)이 시 주석과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틱톡·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계정이 지속적으로 차단됐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 닮은 꼴 류씨는 베이징에서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하며 예술감독 겸 성악가로 활동한다. 지금은 베를린에 머물고 있다. 47년간 중국·유럽을 오가며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했던 그는 과거 시 주석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같은 오페라 무대에서 섰던 적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시 주석 닮은꼴로 검열 대상에 오른 중국 성악가 류커칭/AP 연합뉴스 웨이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시 주석 닮은꼴로 검열 대상에 오른 중국 성악가 류커칭/AP 연합뉴스 웨이보
실제로 시 주석과 류씨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베이징 출신 60대 남성이고, 키가 180㎝로 같은데다 목소리도 낮은 저음이다. 류씨는 뉴욕타임스에 “3년 전부터 시진핑 주석과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한 일도 있다”고 했다. 후난성의 한 관광명소에서는 등산객들이 2시간 이상 줄을 서서 류씨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의 틱톡 계정의 구독자 수는 몇 달만에 30만명을 돌파했고, 그의 성악 강의나 공연 영상의 조회수는 수백만을 찍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삭제되기 시작했다. 틱톡 계정이 먼저 삭제됐다. ‘프로필 사진 규정 위반’이 이유였다. 정장 차림에 빨간 넥타이를 맨 류씨의 모습이 시 주석과 흡사하다는 지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노란 모자를 쓴 사진으로 프로필을 바꾸고서 계정을 재개설했다.

지난 5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는 또다시 검열 대상에 올랐다. 새로 만든 틱톡 계정이 정지됐고,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 계정은 댓글 기능이 차단됐다.

류씨는 지속적인 검열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내가 시 주석과 닮았다고들 하는데 나는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그저 평범한 예술가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나라에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며 애국심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검열 대상이 된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실제로 시 주석 집권 2기에 접어들며 중국의 온라인 검열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국이 위챗(중국의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를 하도 많이 차단하거나 삭제해 ‘위챗 삭제형’이란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다. 2018에는 ‘곰돌이 푸’의 신작 영화 상영이 금지됐는데, 그 이유가 곰돌이 푸와 시 주석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니퍼 판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는 “현재 중국의 검열은 통제를 위한 통제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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