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겐 아부… 女정상들은 막말 공격"

입력 2020.07.01 11:10 | 수정 2020.07.01 11:41

CNN 보도, 트럼프와 각국 정상 간 통화 취재
메르켈·메이 등에겐 "어리석다" "바보" 막말 짜증
푸틴 등 '강자'와 통화선 준비 안돼 이용 당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 연합뉴스
“어리석다(stupid)” “바보(foo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정상들과 통화할 때 한 말이다. 미 CNN방송은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한 수백 통의 전화는 모두 그가 심각한 논의를 할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고, 그 결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강자에게는 압도당하고 여성 지도자 등에게는 악랄한 공격을 퍼부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약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가장 거칠고, 그가 거칠게 대해야 할 사람에겐 가장 약하다”고 평가했다.

2018년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모인 정상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부터)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 연합뉴스
2018년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모인 정상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부터)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 연합뉴스

◇메르켈·메이 등에게 ‘막말’ 마크롱에겐 짜증

CNN은 백악관과 정보당국자들을 4개월에 걸쳐 취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한 내용을 다룬 4000단어가 넘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할 때 메르켈 총리에게 그가 러시아의 호주머니 속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어리석다”고 말했다. 이 내용을 전한 취재원은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독일은 해당 통화가 너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 그 내용을 기밀로 유지하기로 조치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에게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와 이민 문제 등을 놓고 “바보”란 표현을 쓰며 줏대가 없다고 공격했다. 한 취재원은 이에 대해 “굴욕적이고 악랄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 관련한 문제로 흥분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전화를 걸어 짜증을 냈다”고 했다.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메이 전 총리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초조해했다고 CNN은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두번째로 많은 통화를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이나 이란핵합의 등 미국이 탈퇴한 다자간 합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려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짜증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분담금 문제, 이민 정책, 무역불균형 등에 대한 장광설을 들어야만 했다. CNN은 메르켈 총리, 메이 전 총리,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 연합뉴스

◇푸틴에게는 아부, 에르도안과는 수시 통화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임 대통령들을 조롱하고 자신이 전례없는 미국 경제를 건설했다고 주장하는 등 자기 업적을 자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모스크바에서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푸틴 대통령의 칭찬과 인정을 받으려고 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했다. 체스에 비유하자면 푸틴 대통령은 최고 수준 선수인 그랜드 마스터, 트럼프 대통령은 임시 선수였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에 관해 “양국의 주요 의제에 대해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놀랐다”고 말했다. CNN은 양 정상의 통화에서 미러 간 군비통제협정 문제는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이 쇠퇴하는 권력인 러시아에 생명줄을 제공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CNN은 전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많이 통화를 한 정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식 절차가 아닌 우회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했는데,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들은 터키 보안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과 위치를 세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정도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긴 통화 때문에 게임을 미루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역사와 시리아 분쟁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에르도안 총리와 정책 논의를 할 만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시리아 내 미군 철수 등의 정책 결정이 에르도안 총리와의 통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했다. 당시 미군 철수 결정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이슬람국가(IS)와 함께 싸워온 쿠르드족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쿠르드족이 자국의 정치 안정을 해친다고 생각해온 터키는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밖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에게 자신의 재산과 천재성,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을 자랑하며 전임 대통령들의 ‘저능함’을 비난했다고 CNN은 전했다. 소식통들은 공화당 고위급이라 하더라도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한 통화 내용을 본다면 그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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