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년간 4800명 정규직 전환 인천공항, 올 신규채용 1명

입력 2020.07.01 01:35 | 수정 2020.07.03 09:59

공공기관 인건비 눈덩이… 10대 공기업 두자릿수 증가율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작년 '일반 정규직' 채용을 50% 이상 늘려 총 664명을 뽑았지만 같은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무기계약직' 신규 채용은 전년도(319명)의 절반 수준인 174명에 그쳤다. 부채가 126조원에 달하는 LH는 지난 3년간 정부 방침에 따라 300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LH는 인건비 부담이 3년 만에 4000억원대에서 7000억원대로 급증했고, 그만큼 정규직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전력공사(한전)도 지난 2년간 매년 1700명 이상의 정규직을 채용했지만 올 들어 1분기까지 신규 채용은 98명에 그치고 있다. 한전은 문재인 정부 들어 8000명 이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한전의 연간 인건비 부담도 올해 2조원을 넘어섰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따라 대규모 정규직화를 진행한 공공기관들에서 누적돼온 인건비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실이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주요 10개 공공기관 인건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6~2020년 10개 기관 모두 인건비 부담이 두 자릿수로 늘었다. LH의 경우 3000여명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인해 2016년 총 인건비가 4990억원에서 올해 7668억원으로 53.7% 늘었다. 4년간 정규직 전환이 7000명 가까이 이뤄진 도로공사에서도 인건비 부담이 3606억원에서 5136억원으로 42.4% 급증했다.

도로공사에선 그동안 요금 수납원들이 공사를 상대로 '불법 파견이니 정규직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다. 그러자 공사는 고속도로 졸음휴게소 청소 등 기존 정규직이 하지 않던 업무를 새로 만들었다. 협력업체 소속이던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6500명 중 1400명을 작년 7월부터 본사 소속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했고 나머지 5100명은 본인 동의를 받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국철도공사도 정규직 전환이 6000여명 이뤄지며 인건비 부담이 4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1호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같은 기간 인건비가 70% 이상 폭증했다. 인천공항은 2016년부터 정규직 전환 실적이 4810명에 달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은 2018년 131명, 작년 149명에 이어 올해 1분기 1명에 그치면서 '채용 절벽' 상황을 맞고 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대부분 채용 증가세가 꺾였다. 이에 따라 전체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2018년 3만3716명에서 2019년 3만3447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5525명에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필요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수반돼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무리한 정규직 채용·전환을 하면 그다음 일자리를 만들기 힘들어지고 국민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공기관이 막대한 인건비를 들여 채용을 늘려도 민간 경제의 활력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3년간 공공기관에서 전환된 정규직은 9만명을 넘는다. 공공기관 전체 임직원(38만5000여명)의 4분의 1가량이 정규직이 된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민간 부문에서는 비정규직이 50만~100만명가량 폭증했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민간 기업의 채용 여력은 바닥에 가깝다. 민간 기업 입장에선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이 '그들만의 잔치'인 것이다.

게다가 대규모 공공기관 부실은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없이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2년이 되면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가 539조원이 될 것이라고 지난 2018년에 전망했지만, 1년 만인 2019년에는 이 전망치를 565조9000억원으로 26조9000억원 높였다.

추경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 부문의 일자리 늘리기에 공공기관이 동원되면서 재무 건전성 악화와 생산성 추락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체력 약화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국민 부담만 키우는 공공 부문 일자리 정책 방향을 지금이라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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