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총선 민의' 들먹이는 오만

입력 2020.07.01 03:14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한국리서치는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으로 측정한 '국정(國政) 방향 공감도'를 격주로 발표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줄곧 40% 안팎이던 국정 방향 공감도는 코로나19 확산 직후 상승세를 탔고, 총선 이틀 전 조사에서 50%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총선에서 여당 후보들의 지역구 득표율 총합(49.9%)과 일치했다.

당시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57%였던 것을 감안하면, 국정 방향 공감도가 민심 파악에 더 적절하다는 해석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에는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 이외에 '잘하기 바란다' '잘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한다' 등 기대와 거품도 끼어 있기 때문이다. 국정 방향 공감도는 얼마 전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 조사에선 국민의 절반에 못 미치는 45%였다. 조사 회사 측은 "5월 첫째 주에 54%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여권(與圈)은 여전히 '총선 민의'를 들먹이며 친문 어젠다 전체를 국민에게 추인받았다는 오만에 빠져 있다. 지난달 쿠키뉴스 여론조사에선 국회 원(院) 구성을 '총선 결과대로 여당 주도 하에 구성'(37%)보다 '관례대로 합의해 구성'(56%) 의견이 훨씬 많았지만, 여당은 "총선 민의로 모든 상임위를 단독 운영할 의석을 확보했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선 "총선 결과는 빨리 거취를 결정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라며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여당이 '힘자랑'에 빠져 있는 동안 경제, 일자리, 부동산, 대북·외교 등 많은 현안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한국리서치 조사에선 국정 분야별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거·부동산(25%), 저출산·고령화(26%), 대북(30%) 등은 국민 3명 중 1명에도 못 미쳤다. 일자리·고용(35%), 여성(35%), 외교(40%) 등도 낙제점에 가까웠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보건·의료(77%)와 복지·분배(57%) 같은 분야만 상대적으로 평가가 좋았다.

최근에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유발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기회의 평등과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20대의 불만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갤럽 조사에서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두 달 만에 66%에서 41%로 폭락했고, 여당 지지율은 60대 이상의 36%보다 낮은 27%에 그쳤다.

하지만 여권은 민심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쉴 새 없이 적(敵)을 만들어 공격하며 '편 가르기'와 '남 탓 떠넘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정권 방어를 위해 국회 법사위와 검찰 장악, 공수처 설치에 몰두하고 있다. 그럴수록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걱정하는 국민이 늘어만 갈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