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법까지 개정 추진, 정권 수호 기관 곧 탄생

조선일보
입력 2020.07.01 03:24

민주당이 아직 시행도 안 된 공수처법을 개정해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는 수순 밟기에 나섰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는 어제 "야당이 15일 공수처 출범 날짜를 어긴다면 법 개정을 통해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앞서 이해찬 대표도 "공수처법 개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공수처를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에 통합당이 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으면 추천위가 구성되지 않는다. 야당에 부여된 사실상의 거부권이다. 이에 민주당은 '야당이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여당에 추천 권한을 넘길 수 있다'는 취지의 공수처법 운영 규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이 추천을 조금이라도 미루면 추천권을 아예 빼앗겠다는 것이다. 규칙은 국회 운영위에서 처리하는 것이어서 운영위 과반을 확보한 여당 단독으로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 하위 규칙을 고쳐 야당의 거부권을 규정한 모법(母法) 취지도 마음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공수처장 후보 2명은 각각 추천위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야당 추천위원들이 모두 반대하면 후보 추천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 역시 야당에 보장한 거부권으로 준사법기관인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런데 여당은 공수처법 자체를 개정해 야당 추천위원을 아예 줄이거나 '6명 이상'인 후보 추천 의결 정족수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위 규칙은 물론 여차하면 법 자체도 고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176석의 민주당과 103석의 통합당이 동일한 2명의 추천 권한을 갖는 게 맞느냐"고 한다. 이 법은 다른 사람들도 아닌 자신들이 선거법과 거래해 강행 통과시킨 것이다. 범여권까지 포함하면 190석에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가져오자 자신들이 만든 법조차 더 유리하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1당만 있는 국회'에서 이제 못 할 일은 없다.

정권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공수처는 검사와 판사도 수사 대상으로 한다. 지금 검찰은 울산 선거 공작 사건, 유재수 비리 무마 사건, 조국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조국 사건 관련으로 기소된 피의자인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의원은 "검찰총장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장을 하루라도 빨리 수족 같은 사람으로 임명해 정권의 불법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고 흐지부지시키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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