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여 말라" 이성윤, 윤석열에 공개 항명

입력 2020.06.30 17:40 | 수정 2020.06.30 18:42

"검언유착 의혹사건, 수사자문단 중단해달라"
서울중앙지검, 대검에 요청

이성윤(왼쪽)과 윤석열. /조선일보DB
이성윤(왼쪽)과 윤석열. /조선일보DB


MBC가 보도한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29일 대검이 전문수사자문단을 구성하자, 서울중앙지검이 30일 대검에 이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고 수사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해당 사건은 수사가 계속 중인 사안으로 사실 관계와 실체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자문단을 소집할 경우 시기와 수사보안 등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회 동시 개최, 수사자문단원 선정과 관련된 논란 등 비정상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점 등을 고려해, 대검에 수사자문단 관련 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건의 드렸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그러면서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안의 특수성과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전날 대검은 해당 의혹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을 선정했다. 대검은 수사자문단 소집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여러 차례 위원 추천 요청을 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불응했다. 대신 서울중앙지검은 같은날 채널A 기자에게 협박, 강요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철 전 VIK 전 대표가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안건을 가결했다. 한 사건을 두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가 동시에 열리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건의는 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을 철회하고, 수사팀 의견을 존중해달라는 취지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요구가 순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대검은 “이 수사를 지휘해 온 대검 지휘 협의체에서도 이 사건 범죄 구조의 독특한 특수성 때문에 여러 차례 보완 지휘를 했고, 풀버전 영장 범죄사실을 확인하려고 한 것이었으나 수사팀은 지휘에 불응해 검찰총장은 부득이하게 수사자문단에 회부한 것”이라며 “구속영장 청구 방침까지 대검에 보고하였으면서 이제와서 실체 진실과 사실 관계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 부여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범죄 성부(成否)에 대하여도 설득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는 인권 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수사자문단은 대검 의견에 손을 들기도 하고, 일선 의견에 손을 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는 피의자에 대해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수사자문단에 참여하여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
이 사건은 한편에 ‘검·언 유착’ 의혹도 제기돼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씨 등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 검사장을 공격하기 위해 사안을 부풀리고 조작했단 의혹도 불거져 있다. 실제 채널A 이모 기자와 이철 전 대표의 주장은 상반돼 있다. 이 전 대표가 “협박 취재를 당한 내가 피해자”라는 주장을 하는 반면, 이 기자 측은 이 전 대표 대리인 ‘제보자X’ 지모씨가 먼저 '검찰과의 교감이 있는 것이냐'고 묻고 검찰 간부의 ‘선처 약속’을 집요하게 요구하며 몰래 카메라를 대동한 MBC 취재진과 이 기자를 덫으로 몰았다고 주장한다. 이 기자의 범죄 성립 여부를 놓고서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역시 전혀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이 대검에 항명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다. 이후 대검 형사부 실무진 5명(과장 2명, 연구관 3명)은 이 기자의 녹취록 등 기초 자료를 수사팀으로부터 건네받아 검토했으나 범죄 성립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대검 차장과 검사장 5명으로 구성된 대검 지휘 협의체는 19일 대리인을 통한 간접 협박, 제3자(한동훈 검사장)의 영향력을 이용한 해악 고지 등 이 사건의 특이한 범행 구조를 파악하고, 수사팀이 주장하는 범죄 성립 구조의 타당성을 점검하기 위해 수사팀에 '구속 영장 범죄 사실'을 보내라고 지휘했다. 또 “수사팀이 직접 대검에 와서 반박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대검 지휘 협의체가 이 기자의 불기소 방침을 결정한 것 아니냐”며 아예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이 대검 지휘를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윤석열 총장은 사건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자문단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자문단 구성을 위해 대검은 수차례에 걸쳐 수사팀에 위원 추천 요청 공문을 발송했으나 수사팀은 이마저도 응하지 않아 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검찰이 둘로 쪼개져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항명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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