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나왔는데 음주운전 무죄' 그 이유는...

입력 2020.06.30 17:43

법원,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턱걸이' 적발,
운전 중엔 기준치 이하 가능성 높아 음주운전 아냐"

2018년 오후 2시 15분 서귀포시 대정읍 대정서초등학교 앞 도로.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이 정모(50)씨가 운전하는 렌터카 차량을 세웠다. 경찰 지시에 따라 차량을 멈춘 정씨는 단속에 적발된 시점에서 7분 뒤인 오후 2시22분에 음주운전 호흡측정에 응했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0.05%’가 나왔다. 당시 음주운전 처벌 기준 중 면허정지 ‘턱걸이’ 수치였다.

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고 있다./조선DB
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고 있다./조선DB
당시 정씨는 면허도 없는 상태였다. 처벌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언니 행세를 했다.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자신의 언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주고, 언니의 이름으로 전자서명까지 했다. 정씨의 ‘언니 행세’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거짓으로 들통나면서 음주운전 도로교통법 위반에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까지 더해져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 정씨는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는 음주운전이 무죄로 뒤집혔다.

2심을 맡은 제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노현미)는 “음주 측정 결과, 정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정지 처벌 기준인 0.05%였다 하더라도 운전 할 때 그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는 당일 오후 1시50분~2시쯤까지 술을 마셨고, 이후 15~25분 뒤인 오후 2시15분에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재판부는 음주운전 단속 시점과 측정 시점을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분 내지 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른다”며 “정씨가 적발되고 음주 상태를 측정한 시점은 ‘혈중알코올 상승기’로 볼 수 있다”며 “사건 당시 음주운전 처벌 기준 수치인 0.05%를 충족했지만, 정씨가 운전했을 때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가 단속에 적발돼 운전을 마치고 음주측정을 한 시간의 간격이 7분에 불과하지만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었다면 운전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치보다 더 낮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