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행사의 주인공은 비행기, 유해는 소품이었나

입력 2020.06.30 15:37 | 수정 2020.06.30 17:08

그날 탁현민 쇼의 주인공은 '유해'아닌 영상투시된 비행기
쇼 연출 위해 유해를 이비행기 저비행기 왔다갔다

정부는 30일 6·25 전쟁 70주년 행사에 국군 유해 147구를 운구한 공중급유기가 아닌 다른 공중급유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 “방역 문제 때문”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비행기 좌석 등을 구석구석 방역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해를 다른 공중급유기에 옮긴 뒤 행사를 치러야 했다는 취지다.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국군전사자들의 유해가 봉환되고 있다. /뉴시스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국군전사자들의 유해가 봉환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실제로는 6·25 행사의 영상 투사 이벤트를 위해 미리 다른 공중급유기를 준비시킨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6·25 행사의 이벤트 효과를 높이는데 치중하면서 정작 유해보다 비행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이에 따라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국군 유해가 결과적으로 소품 취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국군 참전용사 유해 147구를 봉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군 참전용사들의 유해는 사실 다른 비행기로 미국에서 송환된 후 사진 속 비행기로 옮겨진 뒤 이날 행사가 진행됐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국군 참전용사 유해 147구를 봉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군 참전용사들의 유해는 사실 다른 비행기로 미국에서 송환된 후 사진 속 비행기로 옮겨진 뒤 이날 행사가 진행됐다. /연합뉴스

정부의 해명에는 방역에 최소 24시간이 소요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147구의 유해는 행사 전날인 24일 오후 5시에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는데, 행사는 25일 오후 8시20분에 열렸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공중급유기를 방역하는 데 실제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하지만 유해는 행사장에 들여오면서 비행기는 방역 때문에 못 온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퍼포먼스를 위해 유해를 원래 공중급유기에서 뺏다가 다른 급유기에 넣기를 반복했다. 가장 중요한 유해가 쇼를 위해 이리저리 옮겨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행사를 위해 3일 전부터 다른 공중급유기를 서울공항에 가져다 놓고 무대를 꾸몄다. 이번 행사의 핵심 소재는 공중급유기였고, 비행기 동체를 중심으로 행사장을 꾸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행사 연습용으로 다른 공중급유기를 사용하고, 본 행사에서는 실제 유해를 모셔온 공중급유기를 써도 되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촉박한 방역 일정과 엄밀한 미디어 파사드(영상 투사) 구현을 위해 원래 공중급유기를 옮겨오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이번 미디어 파사드가 평면이 아닌 곡면(공중급유기 동체)에서 구현된 것이라 준비에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사하는 면적과 영상을 매칭시키는 ‘맵핑’ 작업을 해야 하는데 곡면에서는 그 작업이 더욱 오래 걸린다”며 “기술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했다. 방역과 기술적인 측면이 총체적으로 고려돼 실제 유해 운구 공중급유기가 아닌 다른 공중급유기로 퍼포먼스를 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이번 공중급유기 바꿔치기 사건에 대해 “국군 유해를 마치 소품처럼 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해가 행사의 중심이 아니라 비행기와 영상 투사 등 쇼가 우선이었다는 얘기다. 미국은 이와 같은 이벤트를 하면서 유해 도착 시각에 맞춰 행사를 열어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 희생된 미군 유해 도착 시각에 맞춰 일정을 취소하고 도버 공군기지로 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유해 도착 시각에 맞춰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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