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적 없는 이철과 제보자X가 오랜 친구라고 말한 까닭은

입력 2020.06.30 10:39 | 수정 2020.06.30 11:11

이철 전 VIK 대표
이철 전 VIK 대표
이철 전 VIK 대표 대리인으로 채널A 기자와 접촉했던 ‘제보자X’ 지모(55)씨가 실제로는 이 전 대표와 대면한 적이 없고 친밀한 사이도 아니라는 주장이 30일 제기됐다. 지씨는 채널A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과 유착했다는 ‘검·언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인물이다. 그는 한때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의 내밀한 부분을 아는 금융전문가 행세를 해 왔다.

지씨는 그동안 이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채널A 기자에게는 ‘(이 전 대표와) 아주 오래된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선 “그냥 사회에서 만난 친구인데, 이 사건 때문에 더 가까워졌다”고만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씨가 이 전 대표 대리인으로 채널A 기자를 만날 수 있었던 데에는 법무법인 민본 A변호사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의 다른 사건으로 그를 변호하던 A 변호사는 채널 A 기자로부터 이 전 대표에게 편지가 온 것을 알고 이를 지씨에게 전달했다. 이후 채널A 기자와 지씨가 만난 내용을 구치소에 있던 이 전 대표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최근 A 변호사를 소환 조사했다. A 변호사는 “주변 여러 사람에게 채널A 기자의 편지 관련 자문을 구했는데, 그 중 도와주겠다고 나선 사람이 지씨였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채널A 기자의 말이 지씨와 A 변호사를 거쳐 이 전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A 변호사는 지씨에게 채널A 기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받는 등 구체적 경위를 들은 것이 아니라, 한 마디로 요약된 것만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채널A 기자가 말한 내용과 지씨와 A 변호사를 거쳐 이 전 대표가 들은 내용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강요미수죄 성립을 위해선 협박,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하는데 두 단계를 거친 전언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민병덕 의원은 지난 3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장관 출신 인사가 제보자X를 자신에게 소개해줬다고 말했다./유튜브 캡쳐
민병덕 의원은 지난 3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장관 출신 인사가 제보자X를 자신에게 소개해줬다고 말했다./유튜브 캡쳐
A변호사와 지씨는 어떻게 알게 됐을까. A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민본은 지씨의 과거 사기미수 혐의 사건 변론을 맡았다. 민본의 대표 변호사인 민병덕 의원은 지난 3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지씨가 1심에서 유죄를 받아서 남부구치소에 있는 상태에서 장관 출신 분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민 변호사가 떠오르더라’고 해서 나한테 연락이 와 ‘제보자X를 도와줄 수 없느냐’ 해서 돕기 시작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민 의원이 먼저 지씨 사건을 맡으면서 그를 알게 됐고, 이후 같은 법무법인 소속인 A 변호사도 지씨 사건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다만 지씨를 소개한 장관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민 의원과 A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민본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도 등장한다, 지난 22일 민본 신장식 변호사는 대검에 "'한명숙 수사팀' 전원을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한명숙 수사팀이 거짓 증언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는 전과자 한모씨를 대리하고 있다. 한씨는 각종 사기·횡령 범죄로 징역 20년 이상 형을 받고 광주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신 변호사는 지난 총선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왔다가 음주·무면허 운전 전력이 논란에 휘말려 자진 사퇴한 인사다.

한씨는 지난 5월 친여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어렵게 소재를 찾아내 인터뷰했다고 공개하면서 주목받았는데, 신 변호사는 뉴스타파 보도 사흘 전 김어준씨 인터넷 방송에 나와 "이분(한씨)과 민본에서 뭘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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