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남자의 악센트 '다이버 시계'

조선일보
입력 2020.06.30 05:01

패션이 허전해지기 쉬운 계절, 밋밋한 팔에 포인트를

다이버(diver) 시계
/seikowatchjapan 인스타그램

꿉꿉한 계절엔 패션도 풀이 죽는다. 멋 내기 어려운 여름, 밋밋해지기 쉬운 남자의 패션에 산뜻한 악센트가 필요하다면 답은 역시 다이버(diver) 시계〈사진〉다. 잠수부들의 시계에서 유래한 다이버 시계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남자의 여름 액세서리로 첫손에 꼽힌다. 물론 다이빙이 취미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목구비 뚜렷한 얼굴처럼 디자인의 선이 굵다. 폭넓은 베젤(시계 문자반의 테두리)에 숫자가 적혀 있는 게 대표적인 특징. 옛날 잠수부들이 물속에 들어가 경과한 시간이나 잠수 종료까지 남은 시간을 재기 위해 베젤을 이용했던 데서 비롯한 디자인이다. 물속에서도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인덱스(문자반에 새겨진 숫자나 눈금)도 큼직큼직하고 야광도 강렬하다. 이런 디자인 때문에 반소매 옷에 시계만 차도 상당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 재킷 차림에 착용해도 일반적인 드레스(정장용) 시계와는 또 다른 남성미가 느껴진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시계 마니아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엔 "손목도 운동해서 키울 수 있나요?" 같은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누군가 복근 운동, 가슴 운동에 매진할 때 손목을 걱정하는 남자들이 있다. 다이버 시계는 튼튼하고 물이 새지 않게 만들다 보니 두껍고 큰 편인데 손목이 가늘면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신경 쓰이는 것이다. 빈약한 손목에 걸친 큼지막한 시계를 자조적으로 방패에 비유하기도 한다.

다행히 그동안 대형화 일변도였던 남자 시계 디자인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케이스(본체) 지름이 40㎜를 넘어가면 보통 '큰 시계'라고 하는데, 요즘엔 다이버 장르에서도 이보다 작은 제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또 손목과 시계의 조화는 본체의 크기, 베젤의 너비, 러그(본체와 시곗줄을 연결하는 다리)의 길이 같은 변수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귀족 손목'이라 해서 지레 실망할 일은 아니다. 시계는 1㎜의 예술이다.

시곗줄을 바꿔가며 차는 '줄질'도 선택의 폭이 넓다. 기본적인 금속이나 고무 소재 시곗줄은 물론 나토(NATO)군에 납품됐다 해서 '나토 밴드'라 불리는 나일론 시곗줄과도 잘 어울린다. 고무나 나일론 시곗줄은 패션의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색상이나 디자인이 다양해져 같은 시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주기도 한다.

시계는 귀중품이다. 다이버 시계 역시 고급품은 수백만원, 수천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마니아들에게 인정받는 다이버 시계 중엔 '중저가'로 분류되는 것들도 있으니 비싸다고 능사는 아니다. 이런 시계 중엔 시침·분침·초침 같은 부품을 하나하나 구입해 바꿔 끼우는 커스텀(맞춤 제작) 문화가 자리 잡은 것들도 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 위험이 있긴 하지만, 다이버 시계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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