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못가니 국내서… 제주行 비행기 만석, 아웃렛 매출 7배 늘어

입력 2020.06.30 03:19 | 수정 2020.06.30 10:12

코로나가 부른 소비의 로컬라이제이션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주말,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10만명에 육박했다. 29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26~28일 제주 관광객은 모두 9만9161명으로, 이 중 99.7%가 내국인이었다.

내국인 관광객 수로만 따지면, 코로나가 없었던 지난해 6월 마지막 주 주말(28~30일)의 98.7%까지 회복됐다. 이달 제주 국내선 항공편은 지난해 6월보다 27%가량 줄었고, 호텔은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일부 객실을 비워둔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내국인 제주 관광은 만원(滿員)에 가깝다. 지난 3~4월 제주 내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의 약 47% 수준으로 반 토막 났는데, 두 달여 만에 예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이다.

지난 27일 정식 개장을 나흘 앞둔 제주 이호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해변에서 뛰어놀거나 산책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면서, 지난 주말에 약 10만명이 제주를 찾았다.
지난 27일 정식 개장을 나흘 앞둔 제주 이호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해변에서 뛰어놀거나 산책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면서, 지난 주말에 약 10만명이 제주를 찾았다.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로 '잃어버린 봄'을 지낸 국내 소비 시장에 휴가철과 함께 '보복 소비' 열풍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보복 소비란 전염병·전쟁·테러 등 외부 요인으로 억눌러야 했던 소비 욕구를 한꺼번에 분출하는 현상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최근 쇼핑객들은 지갑을 가까운 곳에서 열기 시작했다. '소비의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지역화)' 현상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제주 항공편·호텔은 만석

6월 제주 주말 관광객 그래프
/조선일보

지난 26일부터 2박3일 제주 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정모(26)씨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한 뒤에 빌리려고 했던 렌터카는 이미 모두 나가고 없었다. 아직 개장도 안 한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호텔 조식 뷔페를 먹으려고 오전 7시쯤 식당에 내려갔을 땐, 입구에 수십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정씨는 "요즘 제주에 사람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달 들어 롯데·신라 등 제주 특급호텔은 거리 두기 차원에서 비워둔 객실을 제외하면 주말마다 사실상 만실이다. 제주 렌터카 업체들도 코로나 이후 60~70% 가까이 급감했던 예약 건수가 최근 성수기 수준으로 회복됐다. 29일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에 경차 대여를 문의하자, "주말 예약은 3주 뒤까지 다 찼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주말 제주로 가는 항공기는 빈 좌석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은 "올해 상반기(1월~6월 25일) 여행 상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해외여행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하고, 국내 호텔·레지던스 판매는 27% 늘었다"고 밝혔다.

호텔 투숙률은 고객층에 따라 엇갈린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 비중이 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주말 투숙률이 20% 수준이지만, 호캉스족이 많이 찾는 서울 신천동 롯데시그니엘서울은 80%를 넘는다.

해외여행이 '셧다운' 상태가 되고, 이를 대체하는 국내 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행 수지 적자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여행 수지 적자는 3억445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카드 해외 사용액도 36억달러(약 4조3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카드 국내 사용액은 205조8000억원으로 2.5% 증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객이 줄었지만,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그보다 더 크게 줄었다"고 했다.

◇백화점·아웃렛도 기지개

국내 소비가 늘면서 백화점과 교외형 아웃렛 매출도 반등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5월 매출이 각각 12%, 4% 감소했지만,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었다. 지난 4·5월 매출이 각각 9.8%, 3.8% 줄었던 현대백화점도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매출은 6.6% 늘었다. 롯데·현대가 운영하는 아웃렛의 이달 매출 신장률은 지난 4월 대비 7배 이상 늘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해외 쇼핑을 못 하는 이들이 국내에서 돈을 쓰는 '쿼런틴(격리) 소비'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백화점·아웃렛 매출 상승세는 명품이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롯데면세점의 명품 재고가 계열 온라인 쇼핑몰 에스아이빌리지·롯데온에 풀린 지난 22~23일, 아침부터 온라인에선 한바탕 '클릭 전쟁'이 펼쳐졌다.

골프장도 만원이다. 불황에 휘청이던 골프장은 15년 만에 북적이기 시작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골프장 대표는 "요즘 주말 낮 황금 시간대 부킹(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이고 평일 예약도 어렵다"고 했다. 참좋은여행에 따르면 이달 국내 골프여행 패키지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배 늘었다.

☞소비의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코로나 사태 이후 국경 폐쇄, 이동 제한 조치로 ‘세계화’에 반대되는 개념인 로컬라이제이션(지역화)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행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소비도 가까운 곳에서 하는 지역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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