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장 박차고 나온 김태년 "뭐! 됐어"… 주호영 "탁자 엎고싶었다"

입력 2020.06.30 03:05

[巨與 상임위장 독식] 與野, 30분만에 院구성 최종협상 결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본회의를 열고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기 직전에 열린 여야(與野) 간 최종 담판에선 거친 말과 고성이 오갔다.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최종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30분 만에 김 원내대표가 먼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의장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피했다. 복기왕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급히 따라나와 "김 대표님, 의장님이 찾으십니다"라고 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뭐! 됐어"라고 했다. 뒤이어 퇴장한 주 원내대표는 "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여야는 이날 협상 결렬 책임을 상대 탓으로 돌렸다.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28일 장시간 협상을 통해 원내대표 간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고, 합의문을 작성하려 했다"며 "통합당이 오늘 오전까지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통합당 입장이 바뀌니)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8석 다 줘버리라'며 과도하게 원내 사안에 개입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가 제안했던 법사위원장 전·후반기 교대, 법사위 분할 등 방안을 놓고 상당 수준의 협의를 했는데 김 위원장이 개입해 합의가 결렬됐다는 취지였다.

與, 2시간만에 11개 상임위장 선출 -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 직후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18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7개 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특정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1988년 13대 국회 이후 32년 만이다.
與, 2시간만에 11개 상임위장 선출 -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 직후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18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7개 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특정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1988년 13대 국회 이후 32년 만이다. /뉴시스
그러나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파탄 내고 있는데 의장이 '추경을 빨리 처리하게 상임위원 명단 제출하라'고 독촉했다. 의장실 탁자를 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같은 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김종인 책임론'에 대해 "무리한 얘기다.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후반기 2년이라도 교대로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그것마저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여당에서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당이 21대 국회 하반기 법사위원장을 차지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히면서 "기괴한 주장이다. '너희가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있으면 그때 가져가 봐'라는 비아냥으로 들려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

협상 결렬이 선언되자 민주당은 일사천리로 17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나섰다. 박 의장과 민주당은 지난 15일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야당 의원들을 11개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 후 오후 2시 본회의를 일방 개의했다. 통합당과 국민의당을 제외한 여권 의원만 모인 가운데, 약 2시간 만에 11개 상임위원장이 모두 선출됐다.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본회의를 보이콧했다. 정의당은 본회의에 출석했지만 상임위원장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변인은 "비정상적인 국회 운영"이라며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에 주어진 권한이지만 18개 상임위원장을 일당 독식하는 사태를 맞았다"고 했다.

국회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후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런 상황이 안 오길 바랐다. 우리 책임이 더 커졌다"고 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에게 "산사(山寺)에 다니신 분들은 사리가 안 생기는데, 김 원내대표 몸에 사리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 몫 7개는 혹시 다시 돌려줄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박 의장과 민주당이 이날 원(院) 구성을 강행한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3차 추경 요구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3차 추경을 기다리는 국민·기업의 요구에 국회가 응답해 달라"고 했다. 박 의장은 이에 화답하듯 "국민과 기업의 호소를 외면할 수 없어 원 구성을 마치기로 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후 일부 상임위원회를 열어 추경 심사에 돌입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의사일정에는 당분간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민주주의의 죽음'을 상징하는 의미로 모두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앞으로 남은 일 년여 뒤에 (통합당이) 스스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하는 신념에 불탄다면 오히려 하나의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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