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영의 News English] 흑인이 백인을 노예 삼아 미국을 지배한다면?

조선일보
  • 윤희영 편집국 에디터
입력 2020.06.30 03:12 | 수정 2020.06.30 06:18

영화 '혹성탈출'은 인간이 유인원의 지배를 당하는(be dominated by anthropoid apes) 세상을 그렸다. 올가을에는 흑인들이 백인들을 노예 삼아(enslave whites) 지배하는 가상의 세계를 묘사한(depict a virtual world) TV영화가 방영될 예정이다.

제목은 'Cracka.' 깜둥이를 뜻하는 nigger·negro의 반대어로, 보잘것없고 빈곤하고 한심한(be good-for-nothing, impoverished and pathetic) 흰둥이를 지칭하는 경멸적 속어(derogatory slang)다. 감독은 보스턴 출신 백인으로, 27년째 흑인 아내와 살고 있는 데일 레스터기니(51). 힙합 랩 비디오로 이름을 알린(make his mark) 뮤직 비디오계의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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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90초 분량의 예고편을 공개했다(release a 90-second trailer). 예고편은 신(新)나치주의 문신을 한 백인 남성(white man with neo-Nazi tattoos)이 흑인 운전자를 괴롭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인정사정없이 주먹세례를 퍼부은(heartlessly rain down blows on him) 뒤 의기양양 귀가하는데, 집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다.

평행 우주의 대체 과거 속으로 순간 이동한(be teleported to an alternative past of a parallel universe) 것이다. 그 세상은 백인들이 흑인들의 노예가 돼서 짐승 취급과 성폭행을 당하고 교수형에 처해지는(be brutalized, raped and hanged) 곳이다. 노예 인종 역할을 뒤집어놓은(reverse the race roles on slavery) 세상이다. 백인 우월주의자였던 '주인공'(white supremacist 'protagonist')이 강간, 매질, 개명(改名) 등 노예제의 온갖 공포를 겪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describe them without reserve).

예고편 자막에는 '너희는 우리의 숨을 멎게 했었다(take our breath away). 우리가 너희에게 그렇게 한다면? 너희는 우리 딸들을 겁탈했다(rape our daughters). 우리가 너희 딸들을 그렇게 한다면? 너희는 우리의 자유를 훔쳐갔다. 이제는 우리가 너희 것을 훔쳐갈 것이다'라는 글자들이 흘러간다.

레스터기니 감독은 "어떻게 하면 백인들로 하여금 인종차별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할(see racism from a new perspective) 수 있을까" 자문해봤다고 말한다. "역할을 바꿔 백인이 노예가 되고 그들의 가족이 흑인들 손에 그런 고통을 당한다고 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다고 한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격분하고 있다는(be outraged) 말에는 "백인 경찰 무릎에 목을 짓눌린 흑인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못 이겨 하던 8분 46초에는 무심했던(be indifferent to it) 그들이 왜 사실도 아닌 가상의 스토리 90초에는 그토록 노발대발하느냐(be infuriated over 90 seconds of an imaginary story)"고 반문한다.

새로운 시각에서 흑인들의 고통을 조명한(shed light on their pain) 이 영화는 오는 11월 미 대선에 때맞춰(just in time for the presidential election) 개봉될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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