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네의원이 비대면 등 '스마트진료' 할 수 있게 투자해야

조선일보
  •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입력 2020.06.30 03:15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을 시작으로 기획재정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원격의료가 검증됐으며 코로나 2차 대유행에 대비해 도입을 주장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도 거든 바 있다. 그럼에도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은 미흡해 보인다.

올 들어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부가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자 진료 건수는 30만건을 넘었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보수적 성향 의사협회는 동네의원이 다 죽는다면서 극단 투쟁을 예고했고, 진보적 성향인 시민단체와 노조도 의료민영화 첫걸음이라며 반발했다.

사실 원격의료가 검증됐다는 정부 주장은 유용성에 국한한다. 안전성과 유효성은 물음표다.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전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말할 수 없다. 의사들은 더 탁월한 비교우위가 있는 진단과 치료를 환자에게 쓰려고 하는 전문적인 욕구를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검증되지 않는 의료를 거부하는 것도 직업정신이자 명분이다. 검증을 거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앞으로 코로나 2차 대확산에 대비해 우리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한 선택은 '구식' 원격의료가 아닌 '미래'의 스마트의료가 되어야 한다. 스마트하면서도 따뜻하고 책임감까지 장착한 동네의원을 통한 '스마트의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아직 비대면의료가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데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복지부가 정부 내 이견을 조율해 코로나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동네의원에 사회간접자본(SOC)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생활방역과 스마트의료, 동네의원의 공공성까지 강화할 수 있다. IT(정보기술)·게임업체에도 협조를 요청하면 좋다. 이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AI(인공지능)를 이용한 코로나 대응 스마트 앱과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해주면, 동네의원들은 이를 활용해 취약계층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비대면 진료와 함께 개인별·조직별 특성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고, 맞춤형 생활방역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모의훈련도 반복할 수 있다. 대학병원은 동네의원과 협진체계를 구축해 동네의원 진료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집한 임상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안전성과 유효성, 비교 효과성을 평가하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과제는 더 있다. 지리적·경제적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의료전달체계와 건강보험수가체계를 밀접하게 연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공급자·가입자·공익대표로 이뤄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안전성과 효능, 비용 효과성 등 근거를 제시하고 국민적 가치에 따라 합의해 시행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관련 기업들도 단지 이익만 추구할 게 아니라 이를 건강취약계층을 위한 인프라 강화에 환원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통해 추진하는 스마트의료는 안정성과 효과성을 철저히 검증하되 의료 민영화가 아닌 의료 공공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의료선진화위원회처럼 정부와 의사, 시민단체 그리고 기업들이 참여한 '의료스마트화위원회'를 만들어 창의적 정답을 찾아가길 기대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