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80] '일출의 신' 헬리오스

조선일보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2020.06.30 03: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내일 전국적으로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된다. 개인 소유지에 공원·학교·도로 등 도시계획 시설을 지정하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거해 2000년에 제정된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래 목적대로 개발되지 않은 도시계획 시설은 2020년 7월 1일을 기해 자동 해제된다. 사직공원은 내일부터 국방부 땅이다.

내일 전국에서 도시공원 4421곳이 해제되는데 그 면적을 다 합치면 서울시 면적의 56%에 달한다. 그동안 시민과 지자체가 힘겹게 지켜온 도시 숲은 여름 한낮 기온을 평균 3~7도, 미세 먼지 농도를 최대 40% 이상 낮춰준다고 알려졌다.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쾌적한 생태 환경의 필요성을 절감한 우리 국민은 도시공원 일몰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정부는 그린 뉴딜을 추진하며 도시 숲 200곳을 새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보다 먼저 일몰 직전 도시공원 숲부터 지켜주기 바란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태양의 신' 헬리오스는 일 년 열두 달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백마 네 마리가 이끄는 황금 마차를 타고 밤새 어둠 속에 숨어 있던 태양을 건지러 간다. 지난 20년간 오매불망 삽질할 날만 기다려온 소유주들을 설득하는 일은 불덩어리 태양을 마차 뒤에 붙들어 매는 일 못지않게 어려울 것이다.

서울시는 2018년 1조3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2020년까지 사유지 공원 2.33㎢를 사들여 보전하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실효 대응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6월 3일 서울시가 주최한 온라인 국제회의 'CAC 글로벌 서밋 2020'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계만방에 "한 뼘의 도시공원도 해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장이 '일출의 신' 헬리오스로 부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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